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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신현택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

등록일 2004-03-30 조회 8239

“일방 통행만으로는 ‘한류’ 오래 못 간다” 상호교류 통한 윈윈 바람직 … 아시아 문화전문 케이블TV 내년 설립 “‘한류’는 일방 통행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상호교류를 해나가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2000년 SBS 드라마 ‘불꽃’을 제작해 그 해 대만 GTV 방영을 계기로 본격적인 한류 붐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인 신현택(59) 이사장은 “한류가 너무 과대 포장돼 우리 것에 대한 방어막이 형성될까 우려된다”면서 “지금은 ‘아시아 문화시장은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한류의 실익이 아직은 생각만큼 크지 않은 데다 콘텐츠도 약하고 저변 확대가 안 되어 있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음에도 마치 한류가 동남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교류재단)을 통해 합작투자, 공동판매 등 상호교류의 폭을 넓혀 아시아 문화산업을 함께 육성하고 아시아 각국의 문화콘텐츠 질을 높이는 일에 힘을 쏟을 작정이다. “한류 열풍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중화권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한류 붐 조성의 중심이었던 대만은 최근 서서히 식상해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신 이사장은 대만에서는 웰라이TV가 하루 8시간 방송해온 한국프로그램을 4시간으로 줄이는 등 “한류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한국상품의 유입과 급격한 가격상승 등이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류가 동남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 그리고 문제점은? 소재는 ‘한국적’이지만 스타일은 ‘국제화’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상품들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미국 할리우드의 상업적 문화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든 것은 한국스타일이 아닌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흥행위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아시아를 공통분모로 보고 일을 시작한 것이 적중해 오늘날 한류열풍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류는 한국 스타들의 헤어스타일과 복장, 관광, 음식 등 우리 경제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맨스 드라마, 댄스가요 등 획일화된 문화콘텐츠는 현지인들의 구미를 언제까지 지속시킬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함께 불법체류자들의 불만, 값비싼 콘텐츠의 수출, 한류 연예인들의 겸손하지 못한 태도 등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반한 감정이 조금씩 거세어지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은 올해 어떤 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인가요? 우선 아시아 각국의 문화산업 현황과 한국문화 및 문화산업에 대한 수요도를 조사해 한류의 지속화 및 확산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문화상품의 생산과 보급, 교류를 위해 아시아 전역에 지사 설치를 준비중이며 올해 상하이와 타이베이에 우선적으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특히 아시아 9개국에서 동시 생방송을 할 계획인 ‘아시아송 페스티벌’을 11월에 개최해 ‘아시아는 하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공유하는 첫 장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이는 우리 재단이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갈 핵심 사업 중 하나이며 이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4월 19일부터 관련국을 순방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각 나라 문화산업 석학들이 모여 아시아 문화산업에 대한 공동 협력방안 등을 모색하는 문화포럼도 이 페스티벌과 연계 개최해 축제의 장을 만들어나갈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칭다오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가요제의 지원 등 한류 확산을 위해 베트남 등 각 나라마다 현지 공연도 펼칠 계획입니다. -문화콘텐츠진흥원 등 문화관광부 일부 산하기관과 사업목적이나 방향이 중복되지는 않나요? 우리 재단은 민간 차원에서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와 자료제공, 재정지원 등은 물론 업계의 입장이나 고충을 정부에 전달해 정책변화를 유도하고 문화산업 협력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전방위적인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전쟁으로 보면 문화콘텐츠진흥원이나 게임산업개발원 등은 후방의 지원부대격이며 우리 재단은 최전방에서 아시아의 산업을 움직여 나가는 돌격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연기자나 감독 등 인력은 아시아를 장악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이를 관장하고 제작하고 움직이는 회사는 아직도 수공업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재단은 해외진출을 하려고 해도 시스템이 안 돼 있어 벽에 부딪히고 마는 등 현장에서 함께 느끼는 문제점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고 해외투자 지원 및 합작 알선 등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문화콘텐츠 관련 대외 창구 역할이 선택과 집중 등 업무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일원화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시아의 문화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움직여야 된다”고 말하는 신 이사장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약 1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며 이처럼 어마어마한 시장에서 한류마케팅이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려면 “서로 교류하고 산업화시키면서 윈윈 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교류재단은 아시아 문화전문 케이블TV 설립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드라마 등 인기 프로그램의 방영으로 문화산업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 마케팅의 장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24년 동안 줄곧 문화산업에만 몸담아 오면서 “그 동안 정부 정책이 기업과 관계없는 애드벌룬만 띄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던 신 이사장은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매겼다. “역대 장관은 주로 정치인 출신이어서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문화정책에도 혼선을 빚은 게 많습니다. 이창동 장관은 문화예술인 출신이기 때문에 어떻게 가야된다는 지론이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하기 때문에 문화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 2월 김수현작 ‘눈꽃’ 및 중국 CCTV와 합작 청춘드라마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신 이사장은 교류재단이 ‘산업’에만 관심 있는 것은 아니라며 순수예술과 관광 등의 분야가 함께 커 나갈 수 있도록 관광공사 등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택(59) 이사장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자문위원, 한국영상음반협회 회장 등 역임. 현재 한국바이애슬론연맹 회장, 한국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겸 문화위원장, 한국영상제작업협동조합 이사장, 삼화프로덕션(주) 회장. [ 내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