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부터 예술가 레지던시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진화하는 국제문화교류
등록일 2021-03-02 조회 20019
첨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보도자료] 공연·전시부터 예술가 레지던시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진화하는 국제문화교류.hwp
□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와 국제교류가 모두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문화예술 교류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 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김용락, 이하 진흥원)은 해외 문화예술 기관과 재외한국문화원이 협업하여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Traveling Korean Arts) 사업을 통해 다양한 비대면 국제교류 방식을 시도 중이다. 국내외 무용수들이 디지털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 교류하고, 버추얼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국내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물리적 제약을 극복한 다양한 교류 방법을 모색 중이다.
□ (사례1) 현지 시각 2월 26일 저녁 8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예술제(FIBA2021)가 온라인으로 개막하였다. 여기에는 아르헨티나 무용수들이 국내 현대무용팀 아트프로젝트보라(이하 ‘보라’)의 작품 <소무>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임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영상은 ‘보라’가 아르헨티나 무용수들과 진행한 “비대면 레지던시” 사업의 결과물이다. 지난 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는 진흥원과 주아르헨티나한국문화원 협력으로 ‘보라’와 함께 비대면 레지던시 프로젝트에 참여할 아르헨티나 무용수들을 선발하였다. 당시 아르헨티나에서는 코로나19로 전 국민 의무 자가격리가 8개월째 이어져서 예술가들이 무대에 서지 못하던 때다. 선발된 젊은 아르헨티나 무용수 6인은 11월 중순부터 한 달간 레지던시 사업을 통해 비대면으로 한국의 ‘보라’ 무용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술가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이 기금지원을 받아 특정 공간에 머무르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것인데, ‘비대면 레지던시’는 이를 온라인 공간으로 가져온 것이다. 머무는 장소는 각자의 집이지만,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주고받고 실시간 만남도 가진다. 이번 레지던시에서 ‘보라’는 국내에서 진흥원의 도움으로 사전 제작한 안무 교습영상과 설명을 아르헨티나 참가자들에게 메일로 공유하였다. 이를 본 아르헨티나 참가자들이 과제 영상을 찍어 보내오면 ‘보라’는 피드백을 주고, 참가자들은 다시 업그레이드 된 영상을 찍어 보내오며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중간중간 온라인 화상회의 어플 줌(ZOOM)을 통한 실시간 만남 때는 과제에 대한 질의응답과 안무에 대한 심층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참가자들의 안무 영상을 하나로 모은 결과영상이 이번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예술제에 공개된 것이다.
‘보라’는 이에 앞서 <소무>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온라인 현대무용축제에 참가하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정부가 매년 개최하는 현대무용축제(Foco: Buenos Aires Danza Contemporànea)는 아르헨티나 최대 규모 현대무용제로,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보라’의 남미 투어를 지원하기로 했던 진흥원의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사업은 국내에서 고퀄리티 작품 영상을 제작하여 온라인 축제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왔다. 비대면 레지던시와 ‘보라’의 축제 참가는 모두 현대무용축제 예술감독 록산나 그린슈타인의 추진력으로 성사되었다. 그린슈타인 감독은 2019년 진흥원의 해외 전문가 초청사업인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로 한국을 방문하여 ‘보라’를 처음 만났다. 이번 비대면 레지던시 줌 미팅에도 함께한 감독은 “절망적인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소무>를 아르헨티나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교류의 장을 만들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사례2) 이에 앞서 1월에는 2020년 3월 캐나다 오타와 시립미술관(Ottawa Art Gallery)에서 개막했던 경기도미술관의 <리듬풍경> 전시가 폐막하였다. 이 전시는 오타와 시립미술관과 진흥원, 주캐나다한국문화원 협력으로 2년간 준비되었으나 개막 예정 시점에 코로나19를 만났다. 2020년 초, 작품 설치를 위해 작가들은 항공권까지 예약했으나 2월 말 한국의 코로나19 1차 유행으로 방문을 취소해야만 했다. 캐나다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던 때라 오타와 시립미술관의 제안으로 줌(ZOOM)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작품을 설치하였다. 하지만 3월 12일 전시 개막 즈음 캐나다의 코로나19 상황도 악화되어 개막 이틀 만에 미술관이 폐쇄되었다. 기약 없는 재개관을 기다리며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자들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였다.
7월부터 미술관이 재개관했지만 시간당 관람객 수에 제한이 있어,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 행사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오타와 시립미술관 웹사이트에는 “버츄얼 OAG”라는 새로운 게시판이 생겼고, 과거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전시 VR 영상들이 업로드 되었다. <리듬풍경> 전시도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작품을 상세하게 소개한 영상을 제작하여 “버츄얼 OAG”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였다. 권용주 작가, 양정욱 작가, 전소정 작가, 조혜정·김숙현 작가 등 한국의 비교적 젊은 작가들이 캐나다 관람객들을 만난 것이다. 또 <리듬풍경> 전시에 함께 참여한 캐나다 작가 브렌든 페르난데스(Brenden Fernandes)는 오타와 시립미술관 메인 큐레이터 캐서린 싱클레어(Catherine Sinclair)와 함께 온라인 실시간 공개대화를 나누며 관람객들을 만났다.
□ (사례3) 한편 2020년 8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막 예정이었던 에이라운지 <오감도: 한국미술의 다섯 풍경> 전시는 전격 온라인 VR 전시로 대체되어 개최되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되던 2월 기획자들이 현지답사를 다녀오고 전시 구성을 마쳤지만, 3월 중순부터 아부다비는 한국인 입국을 막았다. 작가들의 작품 설치가 불가해지고 현지 마나랏 알 사디야트 미술관 또한 폐쇄 위험이 있어, 전시를 온라인 VR 전시로 변경하였다. 국내 공간을 빌려 전시를 구성한 뒤 특수장비를 이용하여 VR 촬영을 하고, 아부다비 현지 파트너를 통해 마나랏 알 사디야트 상공을 드론 촬영하여 온라인 VR 전시를 구성하였다. 또 마나랏 알 사디야트 큐레이터가 작품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설명하는 ‘실시간 소규모 버추얼 투어’가 몇 차례 진행되었다. 전 세계에서 투어 참가를 희망하는 관람객들이 사전 신청을 통해 줌(ZOOM) 코드를 받아 투어에 참여하였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큐레이터에게 질문도 하고 작품에 대한 각자의 생각도 나누는 워크숍 형태였다. 8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어진 전시는 8천 명에 이르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사례4) 현재는 홍콩 PMQ와 주홍콩한국문화원,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한미사진미술관의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사진전이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다. 격동의 역사를 거쳐 메트로폴리탄으로 성장한 서울의 근현대 변천사를 소개하는 이 전시는 1월 8일 개막하여 3월 20일까지 진행되는데, 같은 기간 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방문해볼 수 있다. 3D VR/AR 기술 기반의 온라인 전시관에서는 작품별 상세 설명, 작가 정보, 오디오 가이드 등을 통해 현장 관람과 유사한 전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비대면 워크숍과 온라인 전문가 토크 등 관람객들이 비대면으로도 전시에 더 다가갈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함께 준비되었다. ▲비대면 에코백 워크숍 ‘스카이라인 수베니어’를 통해서는 도시풍경이 주제인 본 전시와 연계하여 본인만의 개성 있는 기념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신청자에 한해 문화원이 에코백과 마커가 담긴 키트를 우편 발송해 주는데, 에코백 양면에는 홍콩과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프린트되어 있어 직접 색을 칠할 수 있다. ▲온라인 어린이 워크숍 ‘나의 도시’에서는 5~12세 어린이들이 각자 집에서 한미사진미술관 교육팀이 제작한 가이드 영상을 보며 활동지 수업을 해본다. 참여 어린이들은 홍콩을 다양한 이미지, 색깔, 도표로 표현해봄으로써 본인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전시를 통해 경험한 서울에 대한 생각을 활동지 지시에 따라 도출해볼 수 있다. ▲온라인 전문가 토크 ‘서울 서울 서울’에서는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위원장이 전시 속 작품들이 보여주는 서울의 풍경과 함께 서울의 근현대사에 대해 강의한다. 서울의 역사, 문화, 관광, 지리를 개괄적으로 짚어주어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전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본 프로그램들은 진흥원이 지원하고 한미사진미술관 교육팀이 기획, 주홍콩한국문화원이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 김용락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교류의 제약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국제교류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한국의 문화예술이 더 많은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또한 문화예술을 통해 위로와 회복을 경험하고, 더 폭넓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