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2의 韓물결’ 아시아를 휩쓸다
등록일 20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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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류(韓流)’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거세게 불었던 1단계 한류보다 한 단계 상향조정된 ‘신한류(新韓流)’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일본, 중국, 그리고 대만, 홍콩 등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이미 깃발은 꽂았기에 현지에서의 영토확장과 합종연횡, 그리고 수익 확대를 위한 2단계로 도약하려는 것이다. ‘신한류’가 탄력을 받을 경우 영어권을 공략하는 3단계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전망이다.
3월 27일에는 일본 NHK가 ‘겨울소나타의 최지우’라는 90분짜리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예정이다. 이는 4월 3일 드라마 ‘겨울연가’(일본 제목 ‘겨울소나타’)의 NHK-TV 지상파 방송을 앞두고 방영되는 것이다. 최지우는 3월 20일쯤 일본 팬들을 초청해서 팬클럽 창단식을 가진 후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할 예정이다.
또 지난 2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04 MTV 아시아 어워즈’에서 2관왕을 받고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수상소감을 밝힌 후 “난 한ㆍ일 대표가 아닌 아시아 대표가수”라고 선언한 보아는 4월부터 중국에서 앨범을 출시하고 ‘대륙정벌’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일본 현지법인인 SM재팬을 세워 보아의 일본 정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SM엔터테인먼트는 14억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SM차이나를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류관광의 해”
이에 따라 한국 정부, 연예기획사 등에서도 ‘한류’를 뛰어넘는 ‘신(新)한류’를 외치고 있다. ‘신한류’는 외국 현지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적극 활용해서 관광, 쇼핑, 패션 등 연관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2003년 한국의 음식, 오락, 미용, 문화행사 등을 보기 위해 입국한 한류 관광객수는 전체 입국자 535만명의 20%에 달하는 117만명. 이 중 특정 연예인을 만나거나 촬영장 등을 방문하기 위한 순수 한류 관광객은 약 23만명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요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한류 관광객수는 작년보다 30% 증가한 3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한류기획단을 설립하고 2004ㆍ2005년을 ‘한류관광의 해’로 지정해 한류를 일시적인 물결이 아닌 고정적인 국가수입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유건 사장은 “2004ㆍ2005년 ‘한류’라는 커다란 문화현상을 활용한 관광마케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다년간 캠페인성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어 사업 추진기간을 2년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또 안재욱, 김희선, 장동건, 보아, 강타, NRG, 구준엽, 전지현 등은 지난 1월 19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이날은 민간 차원에서 한류를 주도하게 될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이 창립된 날이었다.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신현택 이사장은 2004년 한류로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은 아시아 각국과 활발한 문화교류를 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단체로 국내 문화 산업 관련 기업들은 물론,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 문화관광부 산하 지원기관들도 대거 참여한다.
드라마·영화·가요가 삼두마차
지금까지 한류를 이끌어온 삼두마차는 드라마, 영화, 가요라고 할 수 있다. 한류열풍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대만 지역은 드라마 진출로 한류가 생겼다. 2002년에만 30여편의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 대만에서는 공중파TV의 프라임 시간대를 점유한 ‘겨울연가’ ‘유리구두’ ‘명랑소녀 성공기’ ‘로망스’ ‘명성황후’ ‘여인천하’ 등이 시청률 상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서울음악실(漢城音樂廳)’ ‘영청한국(聆聽韓國)’ 등의 프로그램에서 고정적으로 한국가요를 방송하며 안재욱, H.O.T, NRG 등 1세대 한류 가수에 이어 이정현, 베이비복스, 신화 등 2세대 한류 가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조원의 잠재적인 경제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움직이는 기업’ 보아가 일본 가요시장을 석권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보아가 2001년 일본 진출 후 지금까지 3년여 동안 올린 매출은 1000억원이 넘는다.
또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서는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향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실미도’는 300만달러(약 36억원)의 미니멈 개런티에 흥행여부에 따라 일본 측과 수입을 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일본에서 상영할 예정이며 ‘태극기 휘날리며’는 6월 300여개 이상의 일본 스크린과 미국 전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 영화의 상품성은 촬영지 탐방상품이 개발됨으로써 배가된다. 2002년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를 답사하는 여행은 2003년 ‘겨울연가’가 바통을 이어받아 일본,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 됐다.
또 한국관광공사 일본지사의 양경수 과장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6월 개봉과 함께 장동건, 원빈이 일본에 오느냐는 여성팬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2003년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를 찾는 관광상품이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베트남선 제한적 방영조치도
이는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켜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의욕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 다시 오고 싶어하는 열망을 갖게 하므로 더욱 높이 평가되는 것이다.
이같이 한류의 물결이 거세지자 견제를 하는 나라들도 생겼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대부분 부정적인 애정관계 등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줄거리로 구성됐다’하여 제한적 방영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무차별적인 한국문화의 유입을 우려해서 각 방송사에 한국 드라마 방영 쿼터를 도입한 것이다. 또 대만에서는 영화ㆍTV 배우협회 소속 200여명이 ‘한국 드라마의 수입으로 생존권과 일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남성듀오 ‘클론’이 강원래의 교통사고로 해체되고 그룹 H.O.T가 한국 매니지먼트사끼리의 이권 다툼으로 해체돼 한류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따라서 한류의 ‘신한류’ 등극을 위해서는 국가, 기업, 국민 ‘3위 일체’의 노력으로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로 가자는 게 중론이다. 문화관광부 이해돈 사무관은 “사실상 한류는 민(民)이 중심이 되고 관(官)이 도움을 주는 형태가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아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 김경욱 대표는 “중국 시장을 두고 문화선진국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 세계 각지의 화교에게도 인기를 끌게 되는데 이는 세계로 진출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기획사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대국적인 차원에서는 협력해 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한류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산 제품의 이미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류의 역사
1990년대 중국언론들이 첫 사용
‘한류(韓流)’는 1990년 후반 중국 언론매체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 신조어이다. 다른 문화가 매섭게 파고든다는 뜻의 ‘한류(寒流)’의 동음이의어인 ‘한류(韓流)’가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한류(韓流)’는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젊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패션, 게임, 음식, 헤어스타일 등 대중문화와 한국 인기 연예인을 동경하고 배우려는 문화현상을 말한다.
▶태동기(1980년대~1997년)
- 1980년대 조용필의 ‘친구여’ 번안곡이 중국에서 유행하고 대만 지역에서는 김완선, 장호철 등이 활동했다.
- 1993년 드라마 ‘질투’ ‘여명의 눈동자’ 등 중국 방영
- 1997년 ‘사랑이 뭐길래’ CCTV 방영(중국 내 외국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 기록). 중국 지역에 한국음악을 소개하는 ‘서울음악실’을 통해 한국가요 전파 시작
▶발전기(1998~2000년)
- 1998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안재욱) ‘해바라기’(김희선) ‘안녕 내 사랑’ 등 중국에서 히트. 홍콩의 음악전문 ‘V채널’에서 한국 음악프로 소개. 드라마 ‘보고 또 보고’ ‘애드버킷’ 등을 시작으로 ‘의가형제’(장동건) ‘별은 내 가슴에’ 등 베트남 방영
- 1999년 한ㆍ중 수교 이래 최초로 그룹 ‘코리아나’의 베이징 공연. 대만에서는 ‘토마토’ ‘미스터Q’ ‘웨딩드레스’ 등의 한국 트렌드 드라마 방영. 댄스그룹 ‘클론’의 진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홍콩 방영
▶확장기(2000년~현재)
- 2000년 베이징에서 H.O.T 콘서트. H.O.T 공연을 계기로 안재욱, NRG, SES, 베이비복스, 신화 등이 지속적으로 중국시장 진출. 드라마 ‘가을동화’(송승헌ㆍ송혜교ㆍ원빈), ‘겨울연가’(배용준ㆍ최지우), 영화 ‘엽기적인 그녀’(전지현ㆍ차태현) 등으로 심화된 한류열풍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몽골, 러시아 등지로 확산
-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성공적 개최가 한류 확산에 기여
- 2002년 칸영화제 감독상(임권택).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이창동)
- 2003년 가수 보아 일본시장 석권
- 2004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김기덕)
⊙ 한류에 앞장서는 회사들
SM엔터테인먼트, 삼화 프로덕션, 씨네클릭 아시아, 미로비전 ‘약진’
가요 부문에서 ‘한류’를 이끌고 있는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다. SM의 김경욱 대표는 “보아, 강타에 이어 댄스와 록을 지향하는 ‘동방신기(東方神起)’ ‘The Trax’의 일본, 중국 진출을 진행 중”이라면서 “5인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