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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환 감사, '한중 방송교류세미나' 푸단대 이쌍용교수 발제문 소개

등록일 2005-07-15 조회 15169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중국 상해 푸단대학 신문대학원에서 열린 "한중 국제방송교류 세미나"에 참석한 재단의 김이환 감사(한국 광고주협회 부회장/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세미나 참석과 관련해 재단관계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자리에서 김감사는 "동아시아 방송교류와 문화공동체 형성 분석"에 관한 푸단대학의 李雙龍 커뮤니케이션 학과장의 발제문을 직접 정리한 것을 전달했다. 이글에서 이쌍용 학과장은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 '합한(哈韓)'이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합'은 '너무 갖고 싶어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고 '한'은 한국의 컨텐츠를 뜻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국드라마의 흡인력은 극본의 성공에 기인하는 것으로 표면에는 부부, 고부, 형제간의 갈등과 애피소드가 묘사되고 있지만 그 배후에는 사회, 문화, 심리 등을 묘사하며 불가사의한 매력을 발견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학술세미나에는 한중의 한국방송학회(학회장 변동현)과 중국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주최했으며 양국 10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해 한중 방송산업의 현황 및 전망 등에 관한 4가지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교류협정식을 체결한 바 있다.
 
아래는 김이환 재단 감사가 소개한 이쌍용교수의 글
 
 
[동아시아 방송교류와 문화공동체 형성 분석]

1. 동북아 지역 협조∙발전의 중요성
20세기는 각종문화와 이념의 출현으로 인해 서로 협조하는 협조문화의 시대여야 한다. 협조란 소통, 논의, 타협을 가리키는 말로서 소통은 정보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며, 논의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공통의 인식∙이익∙목표를 추구하는 것이고, 타협은 서로 다른 주체들 간에 일시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견해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호인정하고 그것이 전반적인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동북아지역은 세계적으로 비교적 경제와 문화가 발달한 지역에 속한다. 아시아 문화는 전체를 강조하는 문화로서 일반적으로 균형을 추구하고 협조를 강조한다. 협조는 상호 이익을 부르고, 상호 이익은 협력을 실현할 수 있게 하며, 협력은 발전을 가져오고, 발전은 모순의 해결을 가능케 한다. 최근의 한중, 중일의 관계의 정상화와 우호 협력관계의 안정적 발전 등은 모두 협조문화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2. 한류의 형성 및 발전
최근 들어, 중국의 대중문화에 한국의 컨텐츠들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이를 ‘한류’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한중 양국의 문화적 유사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본래의 민족적 색채에 서양문화의 현대적 요소를 접목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친밀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함으로써 한 세기를 풍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류의 원동력은 국내적 측면으로는 한국정부의 노력을 들 수 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문화산업 발전 5개년 계획’, ‘문화산업 발전 추진전략’ 등을 잇달아 내놓고, 5년 이내에 문화산업 수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당시 1%에서 5%로 끌어 올려 한국을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 중 하나로 성장시킴으로써 최종적으로 21세기 문화대국, 지식경제대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한 가운데 중국 역시 상하이와 같은 국제적 경제 도시들이 문화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국내의 문화산업과의 접목이 되면서 한류가 자연스럽게 중국 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한류를 포함한 여러 가지 컨텐츠를 다시 국내외의 넓은 시장으로 재진출 시키는 노력을 진행시키고 있다.

3. 중국관객의 한국영화, TV 프로그램 수용방식 및 접촉 정도
사회학자들은 문화적 교류는 통상 경제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다고 본다. 근래 한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선양시를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 한국의 독자 및 합자 기업들이 속속 들어감으로써 자연스러운 문화적 교류가 활성화 되고 있다.

1997년 ‘별은 내 가슴에’를 필두로 한국 드라마의 중국 시장 진입이 줄을 이었으며,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컨텐츠가 중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중국 사람들은 한국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한국영화의 평균 관람객 수 또한 상승일로에 있다. 2003년 한국의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는 중국의 한 포탈사이트에 의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편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합한(哈韓)” 이라는 유행어가 자주 사용되는데, “합(哈)”은  ‘너무 갖고 싶어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며, “한(韓)”은 한국의 컨텐츠를 뜻한다. 이들은 한국의 음악, 프로그램, 그리고 패션 등에 열광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중스타사진을 벽에 붙여 놓는 등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간혹 한국말 몇 마디씩을 구사하기도 한다.

4. 중국에서 한류의 흡입력
중국의 대중영상문화는 전반적으로 비교적 낙후되어 있는데, TV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화의 낙후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영화시장은 미국 영화가 독점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영화를 통해 반영․제시 된 환상과 가치관이 아시아인의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의 영화와 TV 드라마는 우선 한국인 자신을 주요 대상으로 제작되며, 이로부터 아시아인의 광범위한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인 자신의 구체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아시아인, 나아가 전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해가야 한다는 총체적인 방향성이 반영되어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결코 서구문화로 통하는 교량이 아니고 그 자신이 바로 목적지이다. 이러한 목적지는 바꾸어 말하면 중국이 한국 대중문화라는 거울에 비추어 찾고자 하는 자신의 문화이기도 하다.

한국 TV 드라마의 흡입력은 극본의 성공에 기인한다. 표면에는 부부간, 고부간, 형제간의 사소한 갈등과 에피소드가 묘사되고 있지만, 그 배후에는 사회∙문화∙심리 등 다양한 방면의 윤리관∙가치관∙인생관이 깔려 있어 관객으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불가사의한 매력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러나 중국 대륙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자위(自衛)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아울러 “저속한 대중문학”에 대한 규제나 “한조(漢潮)” 역풍의 기세를 이용한 한류의 저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적인 유행현상은 원래 그 자체의 고유한 발전법칙이 있다. 한류의 유입은 중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생활상의 지혜를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중국 유행문화의 결점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방적 태도에 의한 수용과 축적이야 말로 한류현상에 대한 올바른 대처방법이라고 여겨진다.

5. 동아시아 문화공동체 형성의 가능성 탐색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대다수의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화는 중국의 유교문화를 그 공통의 뿌리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문화는 이제 중국문화의 유행코드일 뿐만 아니라, 점차 동아시아 문명 건설의 정신적 원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민족전통에 입각하여 동아시아문화를 등에 업고 세계성의 주제를 지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한국문화가 이처럼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한류는 유교문화와 미국의 상업적 대중문화의 상호결합을 통해 탄생한 산물로, 문화세계화 과정에서 출현한 세계화와 토착화의 충돌을 무난히 조화시킴으로써 전통윤리와 현대성의 모순, 동∙서 가치관이 모순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냈다. 이를 통해 한류는 중국인을 포함한 수많은 아이사인들을 흡인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한류가 일시적인 대중현상쯤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는 주관적인 편견일 뿐이다. 한류의 성행은 결코 일조일석(一朝一夕)의 일이 아니며, 이미 문화적 가치관을 묻는 심층의 문제와 깊숙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부 선진문화와 광범위하게 접촉하면서 중국인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다원적인 문화적 배경 하에서 일종의 내선(involution) 메커니즘을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서만이 상호 수용과 융합이 가능하며 개방과 교류 그리고 조화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인간 중심의 협력시대로 인본주의를 주축으로 하는 동아시아 공동문화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이런 관점을 굳게 견지 할 때, 우리는 근시안적인 문화제국주의를 극복하고 나아가 전 인류의 공동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문화를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이상은 지난 7월 4일부터 7일가지 중국 상해 푸단대학 신문학원에서 열린 “한중 국제 방송교류 세미나”에서 李双龍교수(푸단대학 신문학부 커뮤니케이션 학과장)가 발표한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