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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 터키 학생들, 19개월 만에 맞은 불편한 대면 수업

등록일 2021-09-09 조회 59

지난 해 3, 코로나19가 터키에 처음 상륙한 이후로 굳게 닫혔던 학교 문이 다시 열렸다. 중간에 고입과 대입시험 학년들의 등교가 잠깐 있었지만, 1,800만 터키 초·고등학교 학생들이 일제히 대면 수업을 시작한 것은 19개월 만에 처음이다. 6(현지시간) 터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0,962명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하지만 두 해 가까운 휴교에 이제는 더 이상 학교 대면 교육을 미룰 수도 없다.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터넷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5, 유로뉴스(euronews)OECD(경제협력개발기구)코로나19 확산 속 교육이란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2018년 데이터를 근거로 한 상기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는 교육과 과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학생은 70% 미만으로 OECD 평균 90%보다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명 중 3명 이상의 학생들이 컴퓨터가 없어서 아예 온라인 원격 수업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18세 이하 학생들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이 있을 때마다 집 밖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졌었으니, 집 밖을 나서 학교를 다시 찾은 게 꿈 같게만 느껴진다.

 


<2021~2022학년도 개학 첫날 학교 앞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2021~2022학년도 개학 첫날 분위기를 보기 위해 고등학교 한 곳을 찾아가 봤다. 학교 앞은 등교를 하는 학생보다 자신의 자녀를 배웅하러 나온 부모들의 인파로 북적거렸다. 마치 대학 시험을 치르기 위해 입실하는 자녀를 배웅하는 것처럼 부모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긴장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등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걱정이 되는 건 학생들을 맞는 학교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방역에 잔뜩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규칙도 훨씬 더 엄격해졌다. 대면 교육을 시작하는 96일부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교사와 교직원들은 주 2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학부모를 포함하는 외부 방문객들도 반드시 필요한 긴급한 일 외에는 학교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예전과 달라진 또 다른 점은 이제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부모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학생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에서지만, 필자는 터키 정부의 방역 대책의 작은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터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될 때부터 현재까지도 확진자들에 대한 감염 경로와 지역 정보를 공개해 오지 않고 있다. 국민들에게 더 큰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터키 언론 매체들도 일제히 입을 맞춘 듯 하루 신규 확진자 추이 외에는 크게 공개를 해 오지 않았다. 그런데 터키 주요 매체 가운데 하나인 NTV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아이들보다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20배나 낮다는 벨기에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도하면서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개학을 맞아 학부모들이 의무적으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백신 접종 증명서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번에도 감염 사례가 학교보다 집에서 더 높다는 해외 사례들을 근거로 부모들의 백신 접종 확인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2021~2022 새 학기에 등교하는 모든 학생들의 부모는 의무적으로 두 번의 백신 접종을 모두 받아야 한다. 필자도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했다. 통신원은 지난 6월과 7월에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받았다. 필자는 터키에 거주하는 이방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그나마 자녀들이 개학을 맞아 학교에서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준 정부의 지침이 불안한 상황 중에도 안심이 된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터키 시민들은 투명하지 않은 정부 대책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새이다. 트위터(@deryademirkuru) 사용자는 ‘50% 정확도를 보여 준다고 한 PCR 테스트에서 음성인데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젠 당신의 말에 지쳤습니다. 사람들을 속이려는 게 뻔한데 답답하네요.’라고 하면서 이번에 PCR 의무 사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했다. 또다른 트위터(@Can Gunaydin) 사용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교실에서 교육은 어떻게 계속 진행됩니까? 같은 반에서 날마다 함께 한 우리 아이들을 코로나에 걸렸다고 맹세라도 하셨습니까!’라면서 정부에 다소 격앙된 글을 남겼다.

 

학생들에게는 반가워야 하는 대면 수업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서 터키 시민들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모습이다. 비록 이방인의 자리에서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만, 터키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사람들이 다 아는 달콤한 거짓말보다는 심각한 현실을 냉철하게 공유하면서 함께 이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바라기는 개학을 맞은 우리 자녀들이 코로나19가 다 지나가기까지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기를 기다려 본다.


 

참고자료

연합뉴스(21. 9. 6.) <터키 학교 교육 전면 재개1800만 학생 등교>, https://www.yna.co.kr/view/AKR20210906152300108?input=1195m

euronews(20. 5. 3.) <Turkiye’de öğrencilerin yüzde 30’dan fazlasi ders takibi için bilgisayara erisemiyor>, https://tr.euronews.com/2020/05/03/turkiye-de-ogrencilerin-yuzde-30-dan-fazlas-ders-takibi-icin-bilgisayara-erisemiyor-eba-tv

NTV(20. 8. 19.) <Cocuklarin okulda corona virüse yakalanma riski evdekinden 20 kat daha az>, https://www.ntv.com.tr/saglik/cocuklarin-okulda-corona-viruse-yakalanma-riski-evdekinden-20-kat-daha-az,daCVsD7jeE2fBQ_g-R5cew

Deryademirkuru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deryademirkuru

Can Gunaydin 트위터 계정, https://twitter.com/can___gunay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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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임병인[터키/이스탄불]
  •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