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멕시코에는 세나시장성이 있다

등록일 2021-09-08 조회 58


<아오르까도(Ahorcado) 이달고(Hidalgo)주 소재 해발 2,000m의 돌벽, 세나시(Senasi) 유적지>

 

세계 기후변화의 영향을 어느 나라도 피할 수 없지만, 멕시코는 특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지난 달 상륙한 태풍 그레이스와 노라는 연달아 멕시코를 관통하며 많은 인명 피해와 수해를 일으켰다. 태풍에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멕시코가 입은 인적,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 멕시코 내 낙후된 한 시골 마을에 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멕시코 한글문화원은 멕시코 현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소외된 지역을 방문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어려울 이웃을 돕는 한편, 이곳에서 우리 문화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기도 하다.

 

아오르까도(Ahorcade)는 최근 한글문화원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 물품은 컴퓨터였다. 이 지역의 어린 학생들이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에 가려면, 13km의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 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마을에는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어 학업에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터넷 역시 미설치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기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인터넷이 없다면 컴퓨터 역시 무용지물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는 컴퓨터가 있으면 주정부에 컴퓨터를 마련했으니 인터넷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한글문화원은 컴퓨터, 마스크, 모자, 손 소독제, 축구공, 학용품, 장난감 등 지원 물품을 싣고 돌길을 지나 산속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

 


<한글문화원 정세원 이사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지원사업>

 

멕시코시티에서 아오르까도까지는 차를 타고 5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아오르까도는 외진 곳이다. 정확한 주소는 아오르까도 떼꼬사우뜰라 이달고(Ahorcado Tecozautla Hidalgo). 동 마을의 총 인구는 어린이, 어른을 모두 합쳐 총 80명 정도이다. 떼꼬사우뜰라는 인디언 오또미의 언어로, 노란색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처음 이 지역에 방문하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마을 이름인 아오르까도(교수형이라는 의미) 역시, 어떻게 이런 무서운 의미가 지역명이 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민, 안토니오 고메스란(58) 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마을 주변을 설명해준 주민, 안토니오 고메스란 씨>

 

그는 이곳의 역사부터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원래 원주민 부족 오또미들이 사는 곳이었다. 그도 오또미 부족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스페인이 점령하면서부터, 이곳은 교수형의 문이라는 의미의 뿌에르또 아오르까도(Puerto de Ahorcado)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달고주와 케레타로(Queretaro)주를 지나가는 통로가 되는 아오르까도는, 지금처럼 고속도로가 없을 식민지 시기 유용한 통로였다. 직진코스로 말을 타고 아오르까도 돌산만 넘으면 됐기 때문이다. 그탓에 이 지역에는 양쪽 마을을 오가던 행인들이 쉬어가는 마을이 생겼다. 마을을 약탈할 강도를 막을 방안으로 마을 입구에는 함정이 만들어졌다. 함정에 빠진 강도들은 마을 입구에 목을 매달아 교수형을 시켰다고 한다. 마을 이름은 이렇게 교수형의 문이 된 것이다.

 

아오르까도는 해발 2,000의 돌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사방에 돌밖에 없다. 마을에 돌아다니면 사람이 쌓았을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돌벽이 쌓여있다. 원주민 언어로, 이 돌벽은 세나시(Senasi)라 부른다. 길이는 무려 5km를 넘는다. 그 옛날, 다른 부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진 성벽이다. 어떻게 사람만 한 바위를 이 높은 곳까지 가지고 올라와서 돌끼리 끼워 맞추어 성벽을 만들 수 있었을까 경이로웠다.

 

그렇다면, 마을의 이름에는 왜 노란 땅(Tecozautla)’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이 의문은 돌산을 올라가서야 풀릴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돌산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돌 사이 사이에는 노란색 꽃(원주민 언어로는 쟈네디/Zhanedi)이 피어있었기 때문이다. 노란 꽃나무는 돌 사이사이, 온 산에 퍼져있었다. 꽃나무는 차로도 달여 마시고, 복통 완화에 효능이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돌산 군데군데 핀 노란 쟈네디 꽃>

 

한글문화원은 마을 경제 발전 차원에서 한국 도라지를 재배해 볼 것을 제안하며, 도라지 씨앗도 전달했다. 해발 2,000m에서 어떻게 자랄지 기대된다. 한편, 동 지역의 대표, 치안과장은 한글문화원의 활동에 대해 감사의 의미로 표창장을 수여했다. 사회적 지원 활동이 한국문화라는 씨앗이 되어 멕시코에 퍼지길 기대해본다.

 


<한글문화원 정세원 이사()가 한국 도라지 씨앗을 마을대표 세실리오()에게 전달했다.>

 


<지역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한글문화원은 감사장을 받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지닌 아오르까도의 영광과 역사는 소외지역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마을 평균 교육 연령이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나마 있던 학교도 초등학교 3학년이면 졸업을 해야 하고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종종 활용되는 아오르까도와 세나시 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길 바라본다.

 

 


<마을 공터, 선물받은 공에 신난 소년>

 


<학용품을 선물 받은 마을 어린이들>

 


<마을 유일의 식료품점>

 


<마을의 돌벽들>

 


<옛날 집 모습>

 


<마을 식수개발 및 어장계획 지원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조성빈[멕시코/멕시코시티]
  •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