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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엔 떡국 먹어야 한국인이죠

등록일 2021-02-14 조회 60

한국에서는 2월 11일부터 긴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미국에서는 음력 설이 공휴일이 아닌지라 2월 12일(금), 안젤리노와 LA의 한인들은 평상시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냈다. 물론 한국에서부터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온, 뼈에 새겨진 습관으로 인해 한국인의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음력설을 맞아 떡국을 먹어야 섭섭하지 않게 느낀다. 그래서일까. LA의 한국식당들은 설날 점심 때면 떡국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런 가운데 LA 한인상공회의소(회장 강일한)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 ‘한인 상권 살리기’ 캠페인의 하나로 음력 설인 2월 12일(금),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가졌다. 떡국을 준비할 수 있는 한인타운의 큰 식당 5곳을 선정해 오전 11시부터 각각 100그릇의 떡국을, 총 500그릇을 테이크아웃으로 무료증정한 것이다. 참가한 한인 식당들은 광양 불고기, 선농단, 명동 교자, 수원갈비, 마당 국수 등 5곳이다.

 

LA 한인상공회의소 강일한 회장은 “평년과 달리 올해는 행정명령 등의 이유로 상공회의소에서도 펀드레이징을 할 수 없어 따로 기금을 마련하진 못했지만 예산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한인들의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한인 상권 살리기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행정 명령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한인 업소들을 돕기 위한 ‘한인 상권 살리기 캠페인’의 첫번째 사업은 한인 음식점들을 돕고 한인들에게 온정도 전하는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이다.


미래학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제 세상은 BC(Before Coroa)와 AC(After Corona)로 나뉘게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은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한인들이 이민 와서 한평생 공들여 세운 사업체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LA 한인상공회의소의 강일한 회장은 “이번에 보니까 많은 한국 식당들이 이미 문을 닫았고 또 폐업할 귀로에 서 있다.”면서 “생각보다 한인 타운 경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번 상권이 죽는 것은 쉬운데, 살려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한인 상권이 죽으면 연관업체들 모두가 그 영향 하에 놓이게 되죠. 이에 저희 LA 한인상공회의소는 이사들이 한 마음이 되어 한인타운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을 냈습니다. 저희 예산이 허락하는대로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강회장은 본래는 어려운 형편의 식당들을 돕기 위해 소규모 식당 여러 곳에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맡기려 했지만 2시간 내에 100그릇을 소화해낼 수 있는 주방 규모를 가진 식당들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대신 “오는 3월에는 ‘한인 상권 살리기 캠페인’의 두번째 사업으로 일주일에 5개의 식당을 선정해 대신 광고비도 내드리는 등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많은 한인들이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통해 위로를 받고 계신 것 같아요. 또한 이 행사를 통해 한인 상권 살리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식당을 찾아오면 또 오게 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인 식당 이용이 독려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번에 어려운 가운데서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강행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 자꾸 설날을 잊어가고 있어 설날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설날은 한국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잖아요. 우리의 뿌리는 한국인인데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오늘 LA 한인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한인 가정 내 학생 33명에게 장학금도 지급했습니다.

 

의류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강일한 회장은 처음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4월경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는 회복했다고 말했다. 강회장은 의류협회에 소속된 회원들도 이번에 다수 사업을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인 의류 제조업자들이 전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걱정했다. 한인의류협회에서는 오는 3월, 어떤 업체가 사업을 접었는지, 피해액은 어느 정도인지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떡국 나눔 행사를 함께한 음식점들은 코로나19 사태속에 재정적으로 지원해 준 LA 한인상공회의소에 감사함을 전했고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와 온기가 한인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했다.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진행한 식당 가운데 하나인 광양불고기에 가보니 10시 30분경부터 LA 한인상공회의소의 이사들이 나와 떡국과 함께 선물로 마련한 칼슘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떡국 나눔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 가운데는 노년층이 많으리라는 계산에서 마련한 선물이었다. 세실리(Cecily) 오,빅토리아(Victoria) 엄 두 이사는 “상공회의소 회원 한 분의 기부로 칼슘 영양제를 나눠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광양불고기의 안철홍 대표는 LA 한인상공회의소에서 좋은 취지의 일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예년에도 설날이면 떡국을 런치스페셜로 마련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광양불고기는 팬데믹 전 한국인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던 장소이다. 따로 주류사회에 광고한 일도 없었는데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 떠난 음식비평가 조나단 골드(Jonathan Gold)가 다녀가 《LA타임스(LA TImes)》에 광양불고기를 대서특필해줬기 때문이다. “불고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주 기뻐할 일이 생겼다. 특급 코리안바비큐 레스토랑 광양불고기가 오픈했기 때문이다.”라는 기사를 보고 한국음식을 한 번이라도 맛봤던 사람들이라면 어찌 안 와볼 수 있겠는가. 코로나 여파로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던 터라 직화 불고기를 선보이는 광양불고기 역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최근 그나마 행정명령 완화로 천막 친 페리오(Patio)에서는 고객들이 다이닝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LA 한인상공회의소와 한인 식당들의 참여로 실시된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는 이민 와 바쁘게 살면서 자꾸만 잊어가는 우리 민족의 명절과 전통을 기억하자는 의도가 빛을 발한 행사였다.

 


<LA 한인상공회의소의 세실리 오(좌), 빅토리아 엄 이사(우). 이날 칼슘 영양제를 나눠주는 봉사를 했다>

 


<’설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알리는 사인>

 


<행사 때 나눠준 칼슘 영양제>

 


<현지 TV 언론에서 강일한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인터뷰 하고 있다>

 


<떡국 나눔 행사를 진행한 광양불고기에 선 강일한 회장>

 


<떡국 나눔 행사를 진행한 광양불고기의 안철홍 대표>

 


<미국 지도를 로고에 사용한 광양불고기의 간판>

 


<LA 타임즈의 음식비평가 조나단 골드가 쓴 광양불고기 리뷰>

 


<포장되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떡국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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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