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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대로의 베를린 장벽

등록일 2020-11-15 조회 48

윌셔(Wilshire)가를 그렇게 자주 오가면서도, 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기에 케네디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의 사진이 반씩 붙어 있고 낙서로 가득한 벽이 왜 거기에 서 있는지 전혀 몰랐다. 새삼스럽게 그 벽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마도 미국 대선이 끝난 지 오래지 않아서라는 시기적 이유일 수 있겠고, 게픈 컨템퍼러리 앳 모카(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 주차장 공간에 전시되고 있는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작가의 벽화를 보고나서였을 수도 있겠다. 윌셔 거리를 운전하고 가다가 이제껏 눈길을 주지 않았던 벽화를 보겠다고 차를 세웠다. 10개로 이어진 콘크리트 장벽은 언뜻 봐서는 갱(Gang)들이 자기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해놓은 낙서(Graffiti) 같아 보인다.

 

가장 왼쪽의 콘크리트 벽에는 분홍색을 바탕으로 파란색, 살구색, 하늘색, 노란색 등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고 그 위에는 흰색에 검정 활자로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장벽 프로젝트(The Wall Project)’라는 타이틀 아래에는 냉전의 웬드 뮤지엄(The Wende Museum of the Cold War)’이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웬드 뮤지엄은 컬버시티(Culver City)에 위치하고 있는데, 냉전에 관한 역사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교육기관이자 연구 기관이다. 이 뮤지엄은 학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해석하는 역사적 교훈을 배우고자 설립됐다.

 

설명에 따르면 윌셔가의 장벽(The Wall Along Wilshire)’10개의 오리지널 베를린 장벽을 베를린에서 가져와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베를린 장벽이다. 웬데 뮤지엄이 베를린 장벽을 윌셔가에 설치한 것은 2009,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았던 해로,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벽화 프로젝트를 설치했다. 웬데 뮤지엄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웬데 뮤지엄의 임무를 알렸다. 베를린 장벽을 설치한 구체적 로케이션은 5900 윌셔(Wilshire)이다. 이 지점은 LA의 부촌인 서쪽과, 상대적으로 경제지수가 조금 떨어지는 동쪽 모두를 아우르는 지점으로 LA 카운티 아트 뮤지엄(LACMA)의 건너편에 있다.

 

웬데 뮤지엄은 기성 작가와 신예 작가들을 초청해 역사를 반추한 후, 10개의 장벽 가운데 5편에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그들은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면서 정치적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랐다. 또한 이를 설치함으로써 LA가 전 세계 최고의 벽화 도시라는 평가를 받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오리지널 베를린 장벽은 200910월 중순에 LA에 설치됐다. 그 가운데 한 개의 벽에는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베를린의 스트릿 아티스트인 비머(Bimer)의 작품이었다. LA에 도착한 후에는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4명의 아티스트들이 5개의 장벽에 그림을 그렸다. LA에 살고있는 벽화 아티스트인 켄트 트위첼(Kent Twitchell)2개를 그렸다. 또 다른 한 개는 프랑스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티에리 노와르(Thierry Noir)가 그렸다. 그는 198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을 그렸던 첫 아티스트이다. LA의 신예작가인 파라 캐러페시언(Farrah Karapetian)과 마리 애스트리드 곤잘레스(Marie Astrid González)도 나머지 2개의 장벽에 그림을 그렸다.

 

티에리 노와르의 LA 체류비는 LA시의 문화부(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 예산으로 집행됐다. 200911,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정치 삽화작가이며 벽화작가이자 낙서작가이기도 한 세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초대돼 라브레아 타르 피츠(La Brea Tar Pits)의 페이지 뮤지엄(Page Museum)에 있는 60피트 높이의 벽면에 그림을 그렸다. 웬데 뮤지엄에서는 이를 위해 아트 콘테스트도 열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남녀노소가 언어, 사진, 비디오, 다큐멘터리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게 했는데, ‘장벽과 경계라는 이슈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심사위원은 2명의 승자를 선정했다. “오후 함께 보내기(Sharing the Afternoon)를 그린 마리아 페르난데스(Maria Fernandez), “베를린 장막(Shroud of Berlin)”이라는 주제를 다룬 스티븐 스파인먼(Steven Steinman)이 우승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월 프로젝트의 공식 스폰서인 루프트한자(Lufthanza)의 도움으로 독일로의 왕복 항공권이 주어졌다.

 

가장 왼쪽의 분홍색 바탕 그림 바로 옆에는 연두색 바탕에 시뻘건 색으로 균열된 지표면 같은 이미지의 장벽이 나오고 그 옆에는 갱단의 낙서 같은 그림이 있다. 이어 주황색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림, 존 에프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연두색 표범, 또 다시 낙서, 그리고 이어 넬슨 만델라의 전신 사진, 가장 오른쪽에는 빌딩 숲이 그려진 낙서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사진 아래에는 우린 모두 베를린인이에요(We are all berliners). 라는 말이 쓰여 있고 레이건 대통령 사진 아래에는 이 벽을 무너뜨려요.(Tear down this wall)”이라 쓰여 있다. 윌셔가의 베를린 장벽인 윌셔 프로젝트에는 매일 수백 명의 관객들이 찾아온다.

 


<윌셔가에 전시된 베를린 장벽. 모두 10폭이다.>

 


<케네디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의 사진이 들어간 그림도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전신이 들어간 벽>

 


<케네디 대통령 사진 아래에 있는 글, “우린 모두 베를린인이에요.”>

 


<레이건 대통령 사진 아래에 있는 글, “이 벽을 무너뜨려요.”>

 


<보색 색깔 대비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분홍색 바탕에 파랑 동그라미가 그려진 왼쪽에서 첫번째 벽>

 


<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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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