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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칠레 예산안에 분노한 문화계

등록일 2020-10-16 조회 59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산티아고시 전체 봉쇄가 10월을 기점으로 모두 해제되었다. 그간 칠레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폭증하여 각 구마다 짧게는 70여 일, 길게는 100일이 넘도록 봉쇄 조치를 취했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제한하고 집에만 머무르도록 했다. 칠레의 가장 큰 축제의 연휴라 할 수 있는 918일 독립기념일 디에씨오초(Dieciocho) 연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휴 3일간 지정된 웹사이트에서 통행증을 신청한 사람에 한해 6시간 동안만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할 정도로 칠레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향한 사투는 계속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산티아고는 대부분의 구가 일상생활이 가능한 3단계로 진입하였고, 레스토랑과 근린 생활시설 또한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문화 분야이다. 극장과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관련 시설은 3단계로 들어선 도심에서도 아주 제한적으로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폐쇄된 공간에 최대 25명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정부 정책과, 아직 일 확진자 1,000명 이상이 나오고 있는 칠레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상 관객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치에 따른 1~5단계 행동 지침을 나타내는 그래프. 1단계는 완전봉쇄, 2단계는 주말봉쇄.

산티아고는 현재 3단계에 진입해 봉쇄가 풀린 상태이다. - 출처 : '칠레 정부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웹사이트>

 

이러한 상황 속에 칠레 정부가 2021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문화부에 2,110억 페소(한화 약 3,017억원)를 배정하며 '문화부 예산을 올해 대비 13% 높게 잡았다'고 발표했지만, 문화계 곳곳에서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3단계의 50명 이상 집합 금지 지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진행되거나 시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한 것일까?

 

먼저 정부가 2021년 문화부 예산에 대해 '올해 문화부 예산 대비 13% 증가한 수치'라고 발표한 것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 관련 종사자들은 '이것은 숫자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된 수많은 문화 행사로 인해 실제 집행된 예산은 매우 적은데, 이것에 대비하여 13% 증가된 수치라고 '속임수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대표 박물관, 미술관 등에 편성되었던 예산과 비교해봤을 때 25%가 줄어들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각종 미술관, 박물관 등에 할당된 지원금의 차이를 나타낸 도표 - 출처 : 칠레 일간지 ‘La Tercera’>

 

유네스코 칠레의 코디네이터 니콜라스 델 바예(Nicolas del Valle)는 이러한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표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문화계의 타격은 통신원이 보기에도 어마어마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경우에만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일시 폐쇄하는 한국과 달리, 산티아고는 3월부터 모든 문화시설의 무기한 폐쇄에 들어갔고 그 문은 아직도 굳게 닫혀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문화 종사자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문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55%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 최대치를 보였던 6월 한 달 동안 월 30만 페소(한화 약 43만원) 이하의 수입을 올렸고, 정부로부터 긴급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도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교향곡을 연주하며 정부의 예산 책정에 반대하는 학생들 - 출처 : 'nuevonortefm' 웹사이트>

 

정부의 예산 책정에 분노한 학생들은 거리로 나왔다. 109일 목요일 플라자 이탈리아는 악기를 들고 나온 학생들의 연주로 가득했다. ‘교향곡을 지켜내자(Defendamos La Sinfonica)’라는 슬로건 아래 칠레대학교 예술문화센터, CEAC(칠레 국립 심포닉 오케스트라, 칠레 국립 발레단)등이 모였다. 지하철역 위에 위치한 야외의 칠레 대학 극장(Teatro Universidad de Chile)에 모인 이들은 교향곡을 연주하며 예산 삭감에 대한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교향곡을 지켜내자라는 슬로건 아래 모인 학생들 - 출처 : 'cctt' 웹사이트, AFI Woman, Maruramirez>

 

정부에 따르면 GDP는 올해 5.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칠레인의 1인당 소득은 2013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고 범죄율이 올라가는 등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문화계는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분야만 신경 쓴다면 칠레의 문화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예산 정책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칠레 의회 의원들 또한 '문화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가장 적은 지원을 받는 부문 중 하나'라며 예산안 편성에 대한 토론을 추진하는 중이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문화부 예산 편성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자료

https://www.diarioconcepcion.cl/cultura/2020/10/04/expectativas-e-incertidumbre-frente-al-anuncio-de-presupuesto-de-cultura-2021.html

https://www.latercera.com/culto/2020/09/30/las-dudas-e-incertidumbre-del-mundo-cultural-ante-el-anuncio-de-aumento-de-presupuesto-para-el-sector/

https://www.latercera.com/culto/2020/10/06/presupuesto-2021-instituciones-culturales-enfrentan-rebajas-del-8-al-25-de-sus-recursos/

https://cctt.cl/2020/10/09/ojo-con-el-arte-contra-el-recorte-la-sinfonica-sale-a-la-calle-video/

http://nuevonortefm.cl/protesta-cultural-contra-recor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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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희원[칠레/산티아고]
  • 약력 : 전) 로엔엔터테인먼트(카카오M) 멜론전략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