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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폭염 극복을 위한 지혜: 사우디의 건축 양식

등록일 2020-10-13 조회 40

사우디아라비아는 1년 내내 무덥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기후이다. 한 여름인 7, 8월에는 거의 매일 45도를 넘나드는 고온에 건조한 날씨여서 낮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615일에서 915일까지 3달 동안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직사광선 아래서 이루어지는 야외 노동을 금지한다. 이럴 때 우리에게 드는 질문은 에어컨이나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 이 무더위 속에서 젯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젯다의 구시가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젯다의 구시가는 약 1제곱 Km 정도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곽 도시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성벽이 철거 되었지만 출입문 구실을 하던 성문들과 거주지의 오래된 주택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옛날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홍해를 면한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구시가지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오스만 터키가 지배하던 약 100-150년 전에 지어졌다.

 

젯다 시민들이 온도를 낮추려고 생각한 첫 번째 방법은 나무 덧창인 로샨이다. 로샨은 대개 창문을 감싸고 있는데 간혹 외벽 전체를 감싸기도 한다. 건물은 대부분 북향이거나 서향인데 이는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자연스런 조치이다. 나무 덧창 로샨으로 인해 집안에는 언제나 그늘이 지고, 방 안의 공기를 식히기 때문에 실내는 더욱 시원해지게 된다. 건물의 벽은 홍해에서 구하기 쉬운 석회암질의 산호초 벽돌로 지어져 있다. 이 벽돌은 중간에 공기구멍이 있어서 완만한 환기를 해주고 외벽의 열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젯다의 구시가. 나무 덧창인 로샨과 그늘진 골목에 위치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해가 중천인 오후 12시 경(좌), 해가 약간 기운 오후 2~3시 경(우)의 거리. 행인이 다닐 정도 넓이에는 늘 그늘이 있다.>

 


<젯다 소재의 광장. 코로나19의 여파로, 행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젯다 시민들이 생각한 두 번째 온도 저감법은 그늘진 골목이다. 구시가 건물들은 대략 3-4층의 높이로 지어져 있는데 건물 사이의 거리는 차량 한대 정도 지나갈 정도로 좁다. 그래서 구시가의 골목길은 모두 일방통행이다. 이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구시가 전체에 뻗어 있다. 좁은 골목들은 양 옆에 서 있는 건물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그늘이 진다. 홍해를 접하고 있음에도 같은 항구 도시인 두바이나 담맘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조한 젯다는 햇빛만 없어도 체감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구시가를 안내한 사우디 친구는 통신원에게 자신의 선조들은 그늘진 골목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골목을 좁게 설계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젯다의 옛 거주민들은 이 그림자 덕분에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에도 언제나 시원한 그늘 아래로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온도를 낮추려는 세 번째 방법은 골목 중간에 있는 작은 광장이다. 좁은 골목길은 무한정 좁게만 이어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 서너 개의 골목길이 만나는 지점이 생기고 거기에는 아랍어로 미단이라고 부르는 작은 광장이 나타난다. 이 광장은 연통 역할을 해서 광장 안의 뜨거운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고 그 빈 공간으로 그늘 덕분에 식어진 골목 안의 시원한 공기를 빨아들인다. 결과적으로 골목에는 아주 약하고 느리지만 주위 보다 조금 시원한 미세한 바람이 불게 된다. 이쯤 되면 생각 없이 막 만들어진 것처럼 불규칙해 보이는 젯다의 구시가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설계된 고도의 계획도시처럼 보이게 된다.

 

젯다에 살았던 옛날 사람들은 험악한 사막 기후 속에서 나름대로 자연에 순응하고 그 자연을 이용하면서 또 그 자연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있었다. 이들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석회암 벽돌로 집을 짓고 로샨으로 창문을 덮어 실내에 시원한 공기를 들였다. 그리고 좁은 골목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로 걸어 다니며 미단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으로 더위를 식혔다. 젯다의 구시가를 걸어가노라면 눈에 보이는 이 모든 풍광이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혹독한 기후 아래서 고단한 삶을 꾸려 나가야만 했던 사우디 사람들의 지혜와 그 자연이 타협하여 만들어낸 위대한 문화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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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용석[사우디아라비아/젯다]
  • e-mail : jeddah2020@kofice.or.kr
  • 약력 : 현) Talaea Al-Bader Est. 한국무역담당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