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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조의 회고록 『인페르노』, 영국에서 출판되다

등록일 2020-06-24 조회 43


<블룸스베리 출판사에서 간행된 캐서린 조의 'Inferno' - 출처 : 블룸스베리>

 

산후 우울증의 끔찍한 경험을 다룬 한국계 작가 캐서린 조(Catherine Cho)의 회고록 Inferno(인페르노, 지옥)가 블룸스베리 (Bloomsbury) 출판사를 통해 발행되었다. '당신의 아들이 악마라고 생각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장을 화두로 '어떤 엄마의 산후 우울증·정신병과 그 이면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관한 고통스런 과거를 기록한 회고록'이라며 텔레그라프지는 지난 69일 캐서린 조의 에 관한 헬렌 브라운의 서평을 게재했다. 이 리뷰는 우선 '정신병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하는지 알기가 어렵다''내가 나의 아들을 만난 순간이었나? 아니면 그 전에 결정된 나의 숙명, 몇 세대 이전의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둔 어떤 것이었나?'라고 밝힌 캐서린 조의 입장을 인용하고 있다.

 

캐서린 조가 알고 있는 것은 2017년 그녀의 첫 아들 카토(Cato)를 출산하고 난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어떤 '간결하고 솔직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였다고 한다. '당신의 아들은 죽어야 한다'는 문장이었다. 미국의 켄터키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살고 있는 야심에 찬 문학기획가인 캐서린 조는 특별히 종교적이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신의 목소리였고 카토가 악마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자신의 산후 우울증을 다룬 회고록 '인페르노'의 작가 캐서린 조 - '텔레그라프'지 웹사이트>

 

그녀의 헌신적인 남편이 그녀를 미국의 정신 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조울증 증세가 있었고 모유를 짜내야 했으며 그녀를 강제로 감금시켰던 간호사들과 싸웠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광기를 주체할 수 없어 길길이 날뛰었고 프랑스어로 노래를 불렀으며 자신이 컴퓨터 게임 속에 갇혀있는 늙은 여자라고 믿고 본인의 안경을 먹으려고까지 했다고 한다.

 

산후 우울증의 악몽은 보통 출산 후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나타나며, 2주에서 12주 정도 지속되는 아주 심각한 증상으로 인해 1,000명 중 1명 또는 2명이 겪고 있는 정신병이다. 그런데 캐서린 조의 경우는 흔치 않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경우 자신이 미국에서 자신의 부모님들과 시부모님들을 방문할 때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편집증이 보통 흔한 증상이었고 캐서린 조는 정신을 잃기 전에 비밀리에 감시를 당하는 것은 느낌을 가졌는데 이런 감정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의 형제와 시부모들의 집에는 안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심지어 캐서린 조가 아기에게 수유를 할 때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찾는 손님방에조차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식 전통에 따라 그의 시댁 식구들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믿었는데, 이는 조가 갇혀있을 뿐만 아니라 샅샅이 검열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리뷰에 따르면 조의 '불편한' 회고록은 트라우마의 근원이 더욱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몽환적이고 초연한 산문을 통해 작가는 폭력적인 지식인 아버지에 의해 지배당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던 수학 교수 아버지는 그의 아름다운 아내가 가진 대중음악이나 TV 드라마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자녀들이 '거짓말쟁이들이 쓴' 신문들을 읽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저자가 죽은 지 최소한 50년이 지나지 않은 소설들을 읽지 못하게 했다. 또 특별한 이유 없이 캐서린 조의 귀여운 어린 남동생을 규칙적으로 때렸고 침묵을 강요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좋아했던 서구 동화들의 해피엔딩, 여주인공들이 대의를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도록 예측할 수 있는 한국식 암울한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극명한 대비와 대립에 익숙해 있었다. 캐서린 조는 일본 침략군을 이끄는 장군과 함께 절벽에서 떨어지는 논개의 이야기를 지치도록 들어야 했고, 그녀가 읽은 소설들 속에서 낭만적인 사랑은 그려지지 않았고 사랑 대신에 희생이 있었다. 이곳은 상실과 근심, 고통을 의미했다. 한국인으로서 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기대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캐서린 조의 진지했던 첫 번째 남자친구가 그녀를 벨트와 칼을 들고 규칙적으로 공격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조차도 진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폭행당한 여성이 아니었다. 단지 그녀의 관계들이 '복잡'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를 떠날 용기를 갖게 된다. 그녀의 남편인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는 그녀의 아버지처럼 학자로 또 하나의 비극적 결말을 나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감싸주기에 충분히 강한 남성으로 등장한다.

 

이 서평은 캐서린 조가 자신의 정신병에 관해서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만 아주 적은 분량의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고, 절망스러울 정도로 아무런 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는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반면 정신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아주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국가 보건 시스템인 NHS가 그녀를 아이와의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하도록 같은 병동에 머물 수 있게 했을 것이고, 그토록 거친 치료를 받지도 않았을 것 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대부분의 산후 정신병처럼 캐서린 조의 경우도 심각한 우울증이 동반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지면이 할애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캐서린 조의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다시 하나의 엄마가 되는 해피엔딩의 결말로 독자들에게 많은 걱정과 궁금증들만 남긴 채 마무리되는데 그녀가 겪은 '지옥'이 그녀의 영웅 단테처럼 별들을 보며 희망을 갈구하는 절실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간다고 결말짓고 있다.

 

이책은 현재 텔레그라프를 통해 14.99 파운드(22,500)로 전화 구입이 가능하며, 워터스톤즈, 아마존 등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오디오북은 16.99파운드(25,500)에 판매되고 있다. 텔레그라프지의 리뷰는 통신원이 보기에 그다지 호평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서평을 유추컨대 캐서린 조의 인페르노는 산후 정신병의 근원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조가 겪은 산후 우울증을 가정 폭력을 겪고 자란 한 여성의 트라우마와 결부할 뿐만 아니라 이를 나아가 한국 문화 전반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지위 또는 가치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실제로 작가는 해당 서적의 주요 테마인 산후 우울증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이 리뷰의 골자인데, 이는 나아가 폭력적인 남성성과 희생이 강요된 여성성이 드러나는 한국 문화의 단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여성의 산후 우울증의 뿌리를 통해 한국 문화에 깔린 폭력성과 남성성을 추적해간다는 접근 방식은 실제로 야심찬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주제 의식 또는 접근 방식이 다소 빈약한 산후 우울증의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 회고록이 블룸즈베리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는 행운을 갖게 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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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현선[영국/런던]
  •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