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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슈퍼마켓의 아시안 푸드 섹션을 가다

등록일 2020-02-09 조회 59

LA 인근에 가장 체인망이 넓은 슈퍼마켓 가운데 하나가 랠프스(Ralphs)이다. LA 카운티 내에만 20여개 매장이 있고 모기업인 크로거(Kroger)까지 합한다면 미국 35개 주에 2,800여 개 매장이 들어서 있는, 식료품 업계로만 칠 경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소매업체이기도 하다. LA , 그중에서도 코리아타운 한복판인 웨스턴(Western)7(7th St)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랠프스는 인구 구성상 그 어느 랠프스 보다도 다양한 고객층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주류를 이루는 코카시안,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히스패닉 아메리칸, 아프리칸 아메리칸 외에도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이 지점 고객의 상당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점의 아시안 푸드 섹션은 그 어느 랠프스 지점보다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회전도 빠르다.

 

그렇다고 아시안 푸드를 아시안만이 쇼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시안들은 한국 마켓, 일본 마켓, 중국 마켓 등 자신의 커뮤니티에 있는 특화된 마켓을 가서 한국 식료품, 일본 식료품, 중국 식료품 등을 구입하기 때문에 아시안 식료품 가격이 다소 높은 경향이 있는 랠프스에서는 급한 경우가 아니면 잘 쇼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식재료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진열대에 서서, 과연 한국 제품들이 얼마나 있나, 진열은 눈에 잘 띄나, 소비자들은 실제 여러 나라 제품 중, 어떤 것을 직접 쇼핑 카트에 담는 지 관찰해봤다.

 

먼저 소스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간장의 경우, 놀랍게도 일본산인 기꼬만 간장의 점유율이 무척 높았다. 선반 위치 역시 가장 손이 잘 닿는 곳, 그리고 눈에 잘 띄는 곳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 내 일식당 테이블에 놓여 있는 것도 기꼬만 간장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여타의 소스들 역시 기꼬만이 대세였다. 데리야끼 소스, 폰주 소스, 메밀국수 소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두번째로 많은 간장 브랜드는 중국의 상품들이었다. 이금기 소스 회사의 간장은 시뻘건 레이블에 별로 손이 가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양적으로는 우세였다. 하지만 진열된 곳은 아무리 키가 큰 이들일지라도 손을 뻗어 겨우 닿을 것 같은 맨 꼭대기 선반이었다. 중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판다익스프레스(Panda Express) 브랜드를 단 간장도 있었고 중국 퓨전 레스토랑 체인인 피에프챙(P. F. Chang)의 상표로 단장한 간장도 있었다. 확실히 레이블의 디자인도 상당히 세련됐고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한국 브랜드의 간장은 눈을 크게 뜨고 여러 차례 훑었지만 못 찾았다. 어쩌면 다 팔리고 상품이 비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지 미국 마켓 체인의 아시안 푸드 섹션은 일본과 중국 상품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그나마 간장을 베이스로 한 한국산 소스를 하나 발견해 반가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것은 코리안 바비큐 중 불고기 소스였다. 달짝지근한 맛으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불고기를 집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어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식초 역시 일본산이 단연 대세였다.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도 높아가고 있는 만큼, 미묘한 맛의 차이를 가져오는 한국의 고급 식초 제품들을 고급스러운 포장과 함께 미국 마켓에 선보인다면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다. 식초는 또한 샐러드의 드레싱으로도 자주 활용될 수 있는 식자재이다. 앞으로 고급 식자재 시장에서 가장 차별화시킬 수 있는 한국 소스가 바로 식초라고 감히 주장한다. 시뻘건 색의 매운맛 나는 소스로는 스리라차 소스와 타일랜드 스타일의 매운 소스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선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 브랜드가 왜 없나, 생각해보니 일본 음식 중에 매운 맛 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기억이 났다.

 

매운 맛 나는 것으로는 한국의 고추장이 그래도 손이 잘 닿는 곳에 2종류가 진열돼 있어 반가웠다. 사실 요즘 미국의 언론 매체에서는 한국의 고추장을 이용한 레시피 소개도 종종 되곤 하니 더 많은 종류가 진열돼 있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달랑 비비고청정원’ 2개 브랜드뿐인 데다가 한 제품은 고추장(Gochu Jang)이라는 영어 표현 아래에 매운 미소 소스(Spicy Miso Sauce)라는 설명을 곁들인 것을 보고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찼다. 미소 된장을 찾는 사람과 고추장을 찾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입맛을 가진 다른 고객이다. 고추장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고 매운 미소 소스라는 설명을 더한 것은 미국인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한 설명이다. 질감(Texture)’에 대한 정보를 주려 했다면 페이스트(Paste)로 족했다. 굳이 한국의 것을 일본식으로 설명하려는 지나친 노력이 한국 음식 문화의 자존심도 챙겨주지 못하고 상대를 배려한 설명도 놓쳤다는 느낌이다.

 

랠프스의 모기업인 크로거(Kroger) 브랜드를 가진 아시안 식재료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지금이야 마켓 셰어가 그리 높지 않을지라도 장래에는 우뚝 설 가능성이 높은 제품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자 하는 취지일 것이다. 쌀 제품도 이상하리만큼 일본 회사들의 것이 많았다. 일본은 베트남 또는 그 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처럼 찰기가 있는 밥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일본의 쌀 포장은 분홍색에 그들의 문자가 멋스럽게 결합돼 있어 미적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하기야 해태, 대풍 등이 쌀 산업에 뛰어들기 전, 한국인들조차 한국 마켓에서도 일본어 포장이 된 쌀을 사먹었던 적이 있으니, 말 다했다. 한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쌀 상품으로 한국산 레이블을 단 것이 주류 슈퍼마켓에서 통용되어야 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래야 현지인들이 식품 재료들을 보면서도 한국의 음식문화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그렇게 많이 사는 도시에서 한국인의 주식인 쌀 브랜드 가운데 한국 것이 진열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래도 어불성설이다.

 

랠프스에 생각보다 많이 진열된 한국 음식 종류로는 라면과 과자가 있었다. 신라면과 블랙신라면 컵라면 제품은 좋은 위치에 넓게 배치돼 있어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근의 신상품인 미역이 들어간 농심 수라면 같은 경우는 번들 포장까지 진열돼 있어 소비자들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맛을 보지 못한 통신원으로서는 조만간에 시식해보리라 다짐을 하게 만든 제품이었다과자로는 초대형 포장을 한 새우깡과 양파깡이 있었고 초코파이도 눈에 띄었다. 미국인들은 커다란 포테이토칩과 또띠야칩 등 짭조름한 과자를 매우 좋아한다. 새우깡과 양파깡은 충분히 포테이토칩과 또띠야칩의 대체 간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켓에서 주최하는 요리 강습 등을 충분히 활용해 한국 음식에 대한 홍보와 인식을 높이고 한류 스타를 모델로 썼던 브랜드들이 미국 슈퍼마켓에 들어간다면 아시안 푸드 섹션에서의 한국의 위치는 지금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 같다.

 


<랠프스 마켓의 아시안 푸드 섹션>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다양한 아시안 푸드들이 진열돼 있는 섹션>

 


<간장. 가장 좋은 위치는 모두 일본산 기꼬만 간장>

 


<중국계 퓨전 레스토랑 피에프챙 사에서 나온 몽골리안 소스, 세서미 소스, 데리야키 소스 등. 포장이 세련돼 눈길을 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 가운데 유일한 한국산, 불고기 양념>

 


<고추장 섹션. 스파이시 미소 소스가 웬 말이냐?>

 


<쌀 포장도 단연코 일본 것이 많았다.>

 


<국민 라면 신라면, 미국에서도 사랑받네>

 


<신제품 수 미역라면은 벌크로 진열돼 있었다>

 


<새우깡 큰 포장, 특가 4달러 79센트>

 


<양파링 인기도 만만치 않아요...>

 


<국민들 후식이자 특별 먹거리, 오리온 초코파이 정>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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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