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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전통 민화, 현대적 터치 만났다

등록일 2020-01-14 조회 381


<3인의 작가, 민화와 마주하다 전시회가 막을 열었다>

 

LA 아트 프로젝트 2020년 첫 번째 전시회인 ‘3인의 작가, 민화와 마주하다전이 지난 110() LA 한국문화원(원장 박위진) 2층 아트갤러리에서 개막됐다. 이 전시회는 124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일 저녁 7시부터는 유순자, 정정혜, 테레사 황 3명의 초대작가와 함께 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LA 한국문화원 2층 아트갤러리에는 3명의 작가들의 전시회를 축하하고 이를 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의 물결이 이어졌다. “200여장의 안내 브로슈어가 모두 나갔어요. 제 것도 못 챙겼네요.”라는 테레사 황 작가의 말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가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안내 브로슈어만은 아니다. 주차공간이 꽉 차 관람객들은 주변을 빙빙 돌며 차 댈 곳을 찾아야 했고 여유 있게 준비한 리셉션의 음식이 부족할 정도였으니까.

 

이제까지 '민화' 작법이란 조선 후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민간에서 유행하던 전통 회화를 본을 떠서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에 그쳤었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개성 또는 창작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림 장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민화의 기법과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작가의 개성과 당대의 시대상이 반영된 새로운 감각의 민화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3인의 작가, 민화와 마주하다전시회는 이 새로운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유순자, 정정혜, 테레사 황 등 한국과 남가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여성 작가들이 각기 개성 넘치면서도 민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전통 작품과 현대 작품 30여 점을 통해 현대 민화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모란도 앞에 선 유순자 작가>

 

유순자 작가(63)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전통적이라 할 수 있는 기법의 작품을 출품했다. 가장 전통적이라는 말은 한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녀의 민화 작품들의 색채 톤은 전통적인 민화와 사뭇 다르다. 따뜻하면서도 화사하고 세련되고 살아 있다. 미국에 이민온 이후 가방 만드는 회사에서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갖게 된 그녀는 20년간 가방을 캔버스로 그림을 그려왔다. 다른 동료들은 추상화를 가방에 그려 넣는 데 그녀는 정물 그려 넣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즐거워 일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그녀는 10여 년 전 민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방에 그려 넣는 정물화도 민화풍의 그림으로 시도했다.

 

그녀는 분채로 내는 민화의 화려한 색감에 푹 빠져들었다. 까치호랑이, 모란도, 연화도, 책가도, 십장생도, 일월오봉도를 하나씩 그리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지금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죽을 소재로 한 지갑과 가방에 민화를 그려 넣은 인터넷쇼핑몰(www.buyletherbags.com)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인과 전 세계 외국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녀는 우리의 그림을 그려 넣은 가방들이 이처럼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화 그리는 것만큼 큰 즐거움은 없는지라 매주 동료 민화 작가들과 한 자리에 모여 그림을 그리는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모임은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다, 서로의 작품 세계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공동체이다. 30~80대에 이르는 회원들은 바쁜 미국 생활 가운데 한 자리에 모여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를 커다란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단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완전하게 몰입하게 되며 삶의 고통까지도 힐링되는 체험을 한다고.

 

그녀의 민화 작품의 색채는 매우 도드라진다. 그 노하우를 물었더니 비슷한 색채의 물감을 이것저것 섞어 보는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다 보니 독특한 색채가 나오게 됐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자신만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백학도>, <기명절지도>, <모란화조도>, <규방책가도>, <책거리>, <반차도> , <백수백복도> 등의 작품들을 출품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반차도>는 전체의 일부분만을 그린 것입니다. <반차도>는 여러 민화 가운데 처음 그려본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분만을 첫 시도로 그려봤습니다. 전체를 다 그린다면 엄청난 대작이 될 거에요.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반차도>를 한 번 완성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유순자 작가의 말이다. 그녀는 10여 년간 민화 작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여러 공모전 등에서 다수의 입상을 하기도 했다.

 


<유순자 작가의 규방책가도>

 


<유순자 작가의 모란도>

 


<유순자 작가의 백수백복도>

 


<자신의 작품 옻칠 십장도 앞에 선 정정혜 작가>

 

정정혜 작가는 LA 로컬 작가가 아니고 한국에서부터 LA를 찾은 민화 작가이다. 다양한 공모전 수상 이력을 지닌 그녀는 현재 ()한국민화센터 이사, 경주민화협회 이사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 중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 옻판에 민화를 그린 것으로 독특한 소재와 그 소재에 맞는 단순화 시킨 오브제의 형상과 가라앉은 톤의 색채가 눈길을 끈다. ‘천년을 간다는 옻칠은 지금까지 민간에 전승되어 왔지만 민화를 만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옻칠민화란 합판에 천을 바르고 흙에 옻을 섞어 반죽한 것을 발라 말리고, 사포질로 마감을 한 옻판에 민화를 그린 것이다.

 

정정혜 작가를 통해 전통 안료인 옻과 나전, 조개와 달걀 껍질 등의 재질을 사용해 제작된 민화는 전통적인 민화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에는 <화조도>, <모란도>, <화병국화도>, <매화도>, <호랑이 그림> 등의 옻칠민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정혜 작가의 4폭짜리 대형 옻칠 화조도>

 


<정정혜 작가의 옻칠 모란도>

 


<정정혜 작가의 매화도>

 


<정정혜 작가의 호랑이>

 


<자신의 작품, 꽃들의 향연 앞에 선 테레사 황 작가>

 

테레사 황(Theresa W. Hwang, 72) 작가는 LA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알공예 아티스트이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들을 제작했고 국제적 규모의 전시회에도 다수 초대됐다. 인터내셔널 알공예 아티스트 가운데는 한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지난 2009, 라스베이거스의 해라스 호텔에서 열렸던 인터내셔널 에그 아트 멤버 전시회에 작품이 선보여지기도 했었다. 한 가지 예술 장르를 하기도 쉽잖은데 그녀는 2000년대부터 서양화를 시작해 수 차례 성공적으로 개인전을 치르기도 했었다.

 

민화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맛보았었다. 그래도 민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그녀 나름의 창의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지에 분채 등 고유의 민화 재료가 아닌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후 스와로브스키 보석까지 박았다. “돈 많이 들었겠어요?”하는 질문에 그녀는 그저 고개만 크게 위아래로 끄덕인다. 그녀의 민화 창작은 회화로만 끝나지 않는다. 평생 해온 알공예 작품에도 모란도, 화조도 등을 그려넣는 시도를 해봤다. 안 그래도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는 알공예 작품들에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민화가 만난 작품은 아름답다는 표현이 부족한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가운데 전통적인 한지에 그린 것은 <연화도> 하나밖에 없다. 그것조차도 그냥 물감만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크리스털을 화려하게 붙였다. 그 외의 작품들은 모두 한국 고유문화인 민화에 유럽의 예술을 결합시킨 것들이다.

 

테레사 황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 중 <꽃들의 향연>은 민화를 기본으로 했지만 알공예 기법을 가미해 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밑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고 아크릴과 오일 페인팅으로 색채를 칠했으며 알공예에 사용하였던 보석들을 사용하여 더욱 화려하게 장식했다. 어느 한 장르나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대담한 실험정신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녀의 예술혼에 감탄했다. 이번 전시에는 <어변성룡도>, <연화도>, <꽃들의 향연(파티)>, <호박>, <목련>, <알공예 시리즈> 등의 작품을 출품했다.

 

알공예는 유럽의 예술 문화 형식이지만 민화 등 우리의 고유 문화를 접목시켜 얼마든지 창작 예술로 만들 수 있었어요. 저는 한국의 예술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은 그들의 예술 장르를 이용해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유화로 그린 민화 역시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눈이 보이는 한,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해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느낍니다.” 테레사 황씨의 말이다.

 

그녀는 이제까지 15회 정도의 전시회를 치른 전문 작가이다. 하지만 매번 전시회를 할 때마다 마치 새로운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민화 작품을 캔버스로 그리고 알공예로 만들고 싶단다.

 

오늘 전시회에 온 미국인 관객들이 10번도 더 전시회장을 돌며 감탄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문화원 전시를 여러 번 와봤지만 오늘 만큼 감동하고 오랜 시간을 머물며 그림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제 눈이 보이는 한, 더욱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요.

 


<테레사 황 작가의 꽃들의 향연>

 


<테레사 황 작가의 꽃들의 향연 클로즈업>

 


<테레사 황 작가의 어변성룡도>

 


<테레사 황 작가의 어변성룡도 클로즈업>

 


<테레사 황 작가의 장미>

 


<테레사 황 작가의 모란도 알공예>

 

이번 전시는 다소 답습적일 수 있었던 민화라는 장르를 새롭게 해석한 3명 작가의 각기 고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열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작품들이 전시 기간 중 더 많은 미국인들을 만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며 문화원을 나섰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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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