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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한국어-크메르어사전 출간한 교민 화제

등록일 2020-01-06 조회 173


<2년 전 한국어- 캄보디아 사전을 독학으로 펴 내 화제가 된 바 있는 캄보디아 교민 김우택 씨(K2 여행사 대표)가 금년 초 최종 증보판을 펴냈다.>

 

대학전공도 아니고,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고, 오로지 독학으로 공부해 한국어- 크메르어 사전을 만든 캄보디아 교민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수도 프놈펜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우택 사장. 이 나라에 정착한 지 어언 10여 년이 된 그는 캄보디아 출신 아내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8년 한·캄 사전을 출간한 데 이어 금년 초 증보판을 새로 출간할 예정이다. 소식을 듣고 경자년 새해 정초 늘 바쁘다는 그로부터 어렵사리 인터뷰 약속을 받아냈다.

 

그가 한국어크메르어 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캄보디아에 정착한 지 5~6년쯤 되었던 지난 2013년 그해 여름이었다. 정착 초기 변변한 캄보디아어 사전 한 권이 없어 크메르어를 공부하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는 어느 날 불쑥 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사전을 만든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도 그는 돈보다는 자신처럼 힘들게 크메르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라는 모범생다운 답이 돌아왔다. 평소 그의 성품을 잘 알기에 역시 그 다운 대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밤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매일 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크메르어 단어들을 정리해놓은 것이 훗날 결혼하고 돌아보니, 사전으로 손색이 없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모아둔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고 틀린 내용이나 오자는 다시 교정하는 작업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했죠. 하지만, (사전 만드는 작업을) 너무 쉽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크메르어 단어에 가장 적당한 한글표현을 찾는 일이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간신히 사전 제작을 위한 단어 정리 등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으니까요. 단언컨대, 캄보디아 출신 제 아내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동안 혼자 공부하며 쌓아놓았던 크메르어 관련 자료들을 집안 창고와 컴퓨터에서 뒤져 다시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김우택 씨는 대략 1년쯤이면 완성될 것으로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실제로 세상에 활자가 되어 나오기까지는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직 사전 한 권에 쏟아부은 그의 노력과 열정이 실로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은 그 흔한 학원도 다니지 않고 순전히 독학으로 일궈 낸 결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캄보디아 출신 부인을 둔 덕에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평생 몸에 밴 학구열에 그만의 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감히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김우택 씨가 2017년 펴낸 한국어- 크메르어 사전은 캄보디아 교민뿐만 아니라 선교사와 한국어를 공부하는 캄보디아 학생들에게는 단연 필수 구입 리스트다.>

 

그는 전북 군산의 작은 농어촌 마을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공부에 소질을 보여 서울대 농대를 졸업했고, 한양대에서 자동차 공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축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아는 주변 지인들은 평소 김사장대신 그를 김박사라고 부른다. 그는 농업전문가로 현재 농진청 산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단 연구기관인 코피아(KOPIA)에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의 편집 주간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다. 캄보디아 전역의 현지 농장과 농업 관련 기업들을 돌며, 농업기계 및 생산기술과 관련된 컨설팅업무도 맡아 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 바빠 그만두었지만, 한인회 총무이사직을 맡아 교민사회를 위해 봉사한 적도 있다. 요즘도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그의 일상이다.

 

그는 자기 소신이 강한 편이라 평소 주변에서 고집이 좀 센 편이란 소리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주변 사람을 대할 때 늘 편안하다. 나이 오십을 넘어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넓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탓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여하튼, 그에 대한 일반적 평판과 호불호를 떠나서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 가운데, 매사 모든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굉장히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란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교민사회에는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그는 사전을 만드는 힘든 과정을 거친 뒤가 돼서야 비로소 인생에서 가장 큰 교훈을 얻었다고 진심 어린 속내를 털어놨다.

 

5년 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서 사람이 됐다고 할까요?(웃음). 그 이전까지는 최고학벌에 박사라는 자부심 때문에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늘 머릿속엔 나는 뭐든 최고라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남의 생각을 쉽게 무시하곤 했죠. 그런데, 뒤늦게 철들었다고 할까요? 결혼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어요. 제 캄보디아 출신 아내뿐만 아니라 이 나라 현지인들은 고등교육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해, 업무처리 능력이나 머릿속은 여러모로 부족할지 모르지만 가슴은 무척이나 넓고 따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때서야 겸손이란 단어를 처음 배우게 된 거죠. 너무 교만하게 인생을 살아왔던 거 같아요.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게 제 사랑하는 아내 덕분입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저는 지난 5년간 아내와 떨어져 살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어쩌면 제가 그 팔불출일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캄보디아와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해 많은 애정과 연민의 정을 갖고 있는 듯했다. 비록 오랜 내전과 킬링필드의 시대를 거치며, 가난하고 힘든 삶은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가까운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가며 보듬어주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터뷰 중 상당시간을 할애해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깊은 사랑을 내비쳤다. -캄 사전이 완성될 수 있었던 역시도, 자신보다는 순전히 아내 덕분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아내였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진짜 팔불출임에 틀림이 없었다.

 


<김우택 씨는 한국- 크메르어 사전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캄보디아 출신 아내 덕분이라고 말했다.

7년 전 결혼한 캄보디아 출신 아내와 함께 그동안 펴낸 책자들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저자 김우택 씨>

 

그가 한국어- 크메르어 사전을 처음 만들었다는 소식은 현지사회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된 바 있다. 현지 언론들도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사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크메르 타임즈등 현지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사전은 현지 서점과 교민업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크메르어를 공부하려는 교민들이나 선교사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주관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을 준비하는 캄보디아 수험생들에게 이 사전은 필수 구입 리스트에 오른 지 이미 오래다. 그는 한인사회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자신이 만든 사전을 종종 선물로 내놓기도 한다.

 

‘K2여행사라는 이름을 가진 여행사를 운영 중인 김 사장은 학구파답게 책을 읽거나 쓰는 일 만큼이나 평소 여행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틈만 나면 사랑하는 아내와 캄보디아 전국 각지를 돌며 여행을 해왔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캄보디아 정글과 오지까지 그의 발길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다.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는 캄보디아 여행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멋진 여행지 사진들로 넘쳐난다.

 

그가 만든 건 사전뿐만 아니다. 지난 20175월에는 오랜 발품 끝에 사진으로 보는 캄보디아 여행지 30이란 여행 사진이 담긴 에세이집 발간했다. 앞서 지난 2014년 한국 교민으로서는 처음으로 발품을 팔아 쓴 캄보디아 여행 가이드북에 이어 그가 오랜 진통과 산고 끝에 낳은 3번째 자식인 셈이다.

 

금년 초 새로 내놓게 된 한국어- 크메르어 사전 증보판은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업그레이드판인 것 같네요. 그동안 남의 나라 말과 글을 옮겨 사전을 내는 일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자식 같은 녀석이 새로 태어났으니, 이왕이면 부디 세상에 나가 요긴하게 잘 쓰이길 바라요.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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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정연[캄보디아/프놈펜]
  •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