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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대만 여성에게 나 자신을 향한 물음을 던지다

등록일 2019-11-28 조회 46

극장가에 또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겨울왕국 2>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그들의 이야기, 어쩌면 이곳에서도 존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현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박스 오피스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 출처 : 대만 야후>

 

지난 22일 현지에서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전 세계가 영화 <조커>, <말레피센트 2>로 열광할 때에 국내에서 단연 1위를 기록하며 많은 이슈를 모았던 작품이다. 사실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흥행과 영화 제작 때부터 한국에서는 페미니스트 소설에 불과하다!’라는 비판의 여론, 남성 혐오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중 하나이다. 대만에서는 영화의 소재보다 주연 배우 캐스팅을 놓고 더 많은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국내 여론의 대립적인 반응을 놓고 오히려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영화를 홍보하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한류 스타 배수지, 아이린 등 <82년생 김지영>의 작품성을 높게 산 그들의 지지에 또 한 번 현지 팬들도 동 영화에 쏠리는 듯 보였으나 개봉 뒤 현지의 반응 또한 국내와 못지않게 첨예하게 대립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3일 만에 현지 박스 오피스 수익 550만 달러(한화 약 21천만 원)을 훌쩍 넘겼지만, 이 영화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관객은 대부분 여성이다. 영화의 관객 평점 5점 만점에 4.2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성 관객은 대부분 5점 만점에 5점을 부여했고, 남성 관객은 1점을 주는 상이한 반응을 보였고, 관객의 한 줄 관람평 역시 관객 평점과 별다르지 않다.

 

영화를 관람한 여성 관객들은 한줄평에 이 영화는 고부 관계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 많은 부분을 여성의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다(아이디: )’, ‘영화의 전체적인 서술이 참 맘에 든다. 한 여성이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희생하는 많은 부분은 부부나 남녀 사이에서 꼭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아이디: Mao)’, ‘가사는 원래 남녀가 함께해야 할 일이지, 남성이 가사를 협조하고 도와줘야 하는 맥락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영화는 남녀 할 것 없이 꼭 봐야 하는 영화다(아이디: hell)’라는 평가를 남겼다. 반면 남성 관객은 공주병과 거대한 아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아이디: 國民黨標準肖小黨)’, ‘여주인공은 온종일 남을 걱정시키고 민폐를 끼치는데 짝이 없는 공주병 영화(아이디: 建議柯P打掉花博, 蓋回中山足球場)’, ‘전개가 잠이 오게 하는 영화(아이디:花系)’란 평가를 남겼다.

 

그저 일상생활을 굳이 더 복잡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연출할 필요가 있었나? 이런 평범한 생활이 결혼이고 가정인데 이 생활이 맞지 않으면 왜 굳이 결혼을 선택했나라는 평가에서 보이듯, 남성 관객은 여성보다 현실적인 모습과 초점을 맞춰 이 영화를 바라봤다. 반면 여성 관객은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마주하는 여러 가지 상황,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공감을 표현했다.

 

김도영 감독은 이 영화를 최대한 감정의 기폭이 없이 은은하게 비추어 보고자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어느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바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기복이 없는 영화의 전개는 남성 관객에게 따분하고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는 원인을 제공했을지도 모르지만, 김도영 감독은 동명의 원작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가지고 있는 서술적 맥락을 강조해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늦잠을 잤고, 전날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자 정대현 씨의 여동생 정수현 씨의 가족들이 왔다. 정대현 씨보다 두 살 어리고, 김지영 씨보다 한 살 많은 정수현 씨는 남편, 두 아들과 부산에 살고 있고, 시댁도 부산이다. 시댁이 큰집이라 명절마다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들을 치르느라 스트레스가 많다. 정수현 씨는 친정에 오자마자 뻗어 버렸고, 정대현 씨 어머니는 푹 고아 놓은 사골 국물로 토란국을 끓이고 새 밥을 짓고, 생선을 굽고, 나물 무쳐 점심상을 차렸다.’는 문장 속에서의 여주인공 김지영의 감정 그리고 표정이 전혀 도출되지 않지만,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여성은 알 수 있다. 시어머니의 딸은 친정에 와서 편히 자지만, 누군가의 딸인 김지영은 시누이를 위해 시댁에서 점심을 차려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듯이, 김도영 감독 역시 이런 맥락의 문제를 감정의 표출 없이 그저 관객이 스스로 받아 생각하길 원했다. 물론 문화적인 맥락에서 본다면 대만 여성이 공감하는 부분은 국내 여성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김도영 감독은 이 장면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해라는 요구가 아닌 그저 우리가 너무나 뻔히 받아들이고 있었던 사실적인 장면에서 관객의 모든 반응과 감정을 포용할 수 있게끔 은은하게 서술했다. 한편, 현지 박스 오피스 3위를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현지 코스모폴리탄지는 이 영화의 시선 다섯 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아래는 통신원이 정리한 기사 전문이다.

 

1. 전업주부 그리고 엄마는 모두 맘충으로 불려야 할까

맘충이라는 신조어는 집에서 가사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남편이 벌어다 준 생활비로 우아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유행처럼 번진 말이다. 아이를 가지기 원하는 남편의 말로 아이를 가지고 전업주부로 살아가지만, 그 고된 육아의 여유 또한 제대로 가지지 못하는 김지영. 누군가 그녀를 맘충이라고 수군거리며 부러워했지만, 정작 여주인공 김지영은 그 삶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엄마김지영 출처 : 대만 코스모폴리탄>

 

2. 극 중 남편 공유는 참 좋은 남편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남편이다.

홀로 육아를 전담하는 아내를 위해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오는 그런 남편이기도 하고, 김지영의 말을 잘 들어주는 남편이기도 하지만, 사실 남편 정대현은 아내 김지영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잘 알지 못한다.

 

3.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불평등, 현지 사회에서도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의 고질적 문제

여성이라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수밖에 없는 친정어머니의 모습, 직장 생활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모습 김지영 씨의 모습은 현지 사회에서도 느끼는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사회생활 중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김지영 출처 : 대만 코스모폴리탄>

 

4. 애끓는 대사

사실 이런 대사가 모든 관객의 마음에 와닿는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만의 정체성을 버려두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로만 살았던 모든 여성에게는 어쩌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진짜 속상한 게 뭔지 알아? 의사가 밥은 밥통이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왜 아프냐?’, ‘그럴 거면 시집이나 가!’,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 등의 대사는 그 대사가 함축한 의미 속에서 김지영을 만나고 또 김지영을 이해하게 한다.

 


<마음을 애끓게 하는 대사 출처 : 대만 코스모폴리탄>

 

5. 페미니스트 소동과 온라인 왕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에 호평을 남긴 사람들을 왕따시키는 현상도 발생했다. 몇몇 여성 한류스타는 <82년생 김지영>과 관련된 사진과 우호적인 글을 소셜미디어 상에 게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도 해 이슈를 낳았다. 다만, 영화가 제기한 문제를 그저 문제로 인식한다기보다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의 상황으로 인식해보면 어떨까 싶다.

 

아내이자, 엄마, 또 딸의 모습을 다 담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이 원작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았으면하는 여배우 정유미의 인터뷰처럼, 그리고 기사 말미의 제언처럼, 영화를 그저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영화를 통해 재현해내고자 한 현실을 고려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참고자료

https://style.yahoo.com.tw/82年生的金智英-六大淚點整理-鄭裕美??-?想做的事?-讓觀?哭到-165500604.html

https://movies.yahoo.com.tw/movieinfo_review.html/id=10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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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박동비[대만/타이베이]
  • 약력 : 현) 대만사범교육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