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소식

인터넷이 차단된 세상, 문화 생활은 가능한가

등록일 2019-11-27 조회 84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 현대인에게 인터넷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이 먹통이 되고,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인들의 소식을 더 이상 손 안의 세상에서 접할 수 없고, 항상 보고 듣던 세상의 모든 소식과 정보를 알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이 차단된 세상. 며칠 전 이란의 상황이다.

 

1116일 토요일 밤부터 이란 내 모든 인터넷은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전부 차단됐다. 16일은 새벽부터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북부 지역에 폭설이 내리며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고, 고립된 곳도 많았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했으며, 학교와 회사들은 비상사태가 됐다. 16일 오전,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이란 내 유류 가격 인상으로 전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진행 중이며, 16일 폭설로 고립지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17, 밤늦게까지 내린 폭설로 인터넷은 먹통이 된 듯했다. 교통 역시 마찬가지였다.

 


<테헤란 시내 거리의 모습>

 

인터넷이 먹통이 되면서 핸드폰도, 컴퓨터도 무용지물이 됐다. 세상과의 모든 연결 고리가 끊긴 듯했다. 17일 이후부터는 전화선도, 전기도 갑자기 셧다운 되는 일이 많아졌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TV 뉴스만이 외부와의 소통 창구였다면, 그마저도 시청이 어려워진 셈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는 불안감, 지인들과의 연락 두절에서 오는 두려움과 함께 인터넷이 문화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전화번호를 외우고 통화를 한다기보다 SNS를 통해 지인들과 연락을 하고, 종이 신문과 책보다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것은 이제 당연한 세상이 됐다는 사실도 함께 느껴졌다. 통신원은 마침 그날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전화로 한 명씩 직접 연락을 하고 만날 수밖에 없었다. TV 시청도, 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내의 카페에는 지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참석한 모임 역시, SNS나 메신저를 통한 교신이 불가능해 마침 전화통화가 가능했던 지인들과만 만날 수 있었다.

 


<테헤란 시내 카페 내부>

 

한편, 매일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뉴스를 보던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종이 신문을 구매하기 위해 거리 가판대로 나섰다. 준비된 신문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기성세대도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청년세대의 불안함은 더 큰듯했다. 이들 삶에서 인터넷은 불가분의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해야만 하던 시대와는 달리 SNS 메시지를 주고받는 의사소통 방식에 더 익숙한 세대는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이란에서도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플랫폼인 덕에 현지 청년들 사이에서 그 사용률은 매우 높았다. 매일 같이 사용하던 것을 못하게 되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것에 더불어, 불안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먹통이 되자, 사람들은 가판대의 신문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23일 토요일 오후가 되자, 먹통이 됐던 인터넷망은 서서히 복구되기 시작했다. 무려 일주일 동안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던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대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은 기뻐하고 있지만, 인터넷 복구는 집 안에서만 해당됐고, 여전히 밖에서 휴대폰 사용 시 인터넷은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에서만 인터넷 이용이 가능해진 탓에 사람들은 집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이 차단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힘든 경험이었다. 인터넷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언제든지 통제될 수 있다는 이란의 현실은 현대 시대에, 이란에서만큼은 혼자서는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한편,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터넷 불안정 사태에 대해 원인을 규명한 바 없지만, 미국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정권은 지난주 시위를 둘러싼 진실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폐쇄했다나는 이란인들이 정권의 박해를 폭로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그들의 메시지를 미국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뉴시스(19. 11. 27.) <폼페이오 "이란, 진실 막으려 인터넷 폐쇄...제재 계속">,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1127_0000842220&cID=10101&pID=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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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김남연[이란/테헤란]
  • 약력 : 전) 테헤란세종학당 학당장, 테헤란한글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