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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신오쿠보의 한국 상점, "악화된 한일관계에도 K-Pop은 인기"

등록일 2019-10-06 조회 64


<동경의 한인타운 신오쿠보 지역에서 쇼핑하는 일본인들>

 

악화된 한일관계로 동북아시아의 긴장 관계가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언론은 그동안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더 주목을 받는 듯한 상황에서 그나마 유력한 일간지인 가디언지는 한일관계에 관한 보도를 꾸준히 해온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919'일본과 한국에 대한 '가디언'의 관점 : 어느 쪽도 이기지 않을 것' (The Guardian view on Japan and South Korea: neither side will win)이란 보도에서 가디언지 편집부는 해방 이후 한일관계의 굵직굵직한 역사를 개관하면서 최근 두 국가 간의 무역, 외교, 안보 관련 분쟁을 중립적으로 다룬 바 있다. 세계 경제 강국들인 일본과 한국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싸우다가 물질적인 손실까지 초래하게 되었지만 어느 쪽도 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이 보도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지난 927일 일요일자 보도에서 가디언지는 문화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 '일한 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 안전, 관광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이 크다'고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의 일상 생활에 촛점을 맞추었다. 동경 중심부에 있는 코리아 타운이라 일컬을 만한 신오쿠보 지역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삼겹살과 순두부찌개를 파는 식당들 밖에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10대 소녀들은 그룹을 지어 화장품과 K-Pop 상품들을 구매하고 난 뒤 가랑비를 맞아가면서까지 골목 모퉁이에서 한국식 핫도그를 시식하곤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한국인들의 삶의 터전이 된 신오쿠보에는 일본과 대한민국 사이의 분쟁의 중심에 있는 일제시대 때 강제 징집당한 노동자들의 후예들도 많다. 그런데 신오쿠보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이 희생자가 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은 물론 전쟁 중에도 광산촌과 공장에서 일하도록 징집되었던 한국인들에 관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불협화음으로 인해 이곳에서는 보복전의 여파를 자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대한민국 대법원이 2018년 한국인 남성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킨 해당 일본 회사들로 하여금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양국 간의 분쟁은 무역과 안보, 관광은 물론 2020년 동경에서 열릴 올림픽 게임을 위한 준비 과정에까지 확산되었다. 가디언지는 '두 나라 간의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우리는 아이들과 손주들을 포함해서 모두 위협을 받는다', '몇 달 새에 고객들의 숫자가 대폭 줄었다'고 말한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상점의 주인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기를 꺼린 이 자영업자는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쇼핑을 하는데 나이든 사람들은 그냥 안을 쳐다보기만 하고 계속 갈 길을 간다. 이런 적은 진짜 없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20년 이상 이 상점을 운영해 온 이 여성은 그녀의 출생 국가인 대한민국과 현재 그녀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영원히 대적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두 국가는 극과 극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일본은 전쟁으로 인한 배상 문제를 이미 모두 해결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신의 할아버지가 강제로 징용되었단 전쟁 중 노동자였다면 당신은 어떻게 느끼시겠습니까? 내게는 여기에 한국인들보다 더 많은 일본인 친구들이 있지만 우리는 정치에 관해 말하는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여성은 덧붙였다. 이는 올해 초에 일본이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 관련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이어서 대한민국의 패스트 트랙 수출국으로서의 위상을 종결지은 것에 따른 반응이다. 따라서 신오쿠보의 한인 자영업자들은 한일간의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디언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하고 식민 통치를 한 역사에 대해 분노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큰 격분을 야기시켰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조치를 일본 회사들에게 배상 명령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했고 곧바로 일본을 우선적으로 대우를 받는 무역 파트너들에게 주는 자국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삭제했다는 것역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신오쿠보에 있는 몇몇 상점 주인들은 그들의 사업이 외교적 폭풍을 피했다고 한다. '우리는 실제로 피해를 보지는 않았는데, 이는 아마도 젊은이들이 정치에 비교적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K-pop 기념품을 파는 최동한 씨가 그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20여 년 전에 대한민국에서 동경으로 이주를 했다는 최 씨에 따르면 한국의 가장 성공적인 문화상품들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BTS, 동방신기와 빅뱅 등의 포스터나 굿즈, DVD를 사려고 몰려든다고 한다. 최 씨는 일본과 한국이 서로의 차이를 좁혀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이웃이니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재 한일 관계는이웃 사촌 관계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신오쿠보 소재의 K-Pop 굿즈샵>

 

서울은 2020년 여름 동경에서 올림픽 게임이 열릴 때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게 해달라고 국제 올림픽 위원회에 요청한 상태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안보 협력 또한 사실상 거부하여 외교 안보 분쟁도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의 미디어들 또한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들을 강화시키고 민족주의적 정서를 고양시킨다고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인 중 일부는 화장품, 맥주, 의류 등 일본 제품들을 사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으며 일본 관광 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의 숫자가 지난 8월에는 20188월과 비교해볼 때 48퍼센트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의 좌파 신문인 아사히 신문은 일본의 매체들이 '혐한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주간지인 Shukan Post우리의 짜증나는 이웃: 왜 우리는 한국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Goodbye to our annoying neighbour: Why we don’t need South Korea)라는 주제의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감정 조절을 못 한다고 주장하는 학술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이는 우파 혐한 일본인들이 즐겨 애용하는 문구가 되었다.

 


<아베의 수출 규제를 규탄하는 시위 현장>

 

놀라운 것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테스트를 했을 때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일본에 있는 한국인 공동체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었는데, 가장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분쟁과 관련해서는 집단 시위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논란이 많은 가운데 2016년에 마련된 ‘hate speech’를 제재하려는 법률안 덕분이라고 한다. 가디언지는 '우리는 일본에서 삶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라고 밝힌 일본에 있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Korean Residents Union) 본부의 회장인 유근제 씨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단체는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은 610,000명의 한국인들의 약 3분의 2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나머지는 재일 교포의 대다수는 친북 재일동포 단체인 조총련에 속해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the Guardian(19. 9. 29.) <'We have to get along': Japan's Korean residents at sharp end of diplomatic row>,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9/sep/29/we-have-to-get-along-japan-korean-residents-at-sharp-end-of-diplomati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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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현선[영국/런던]
  •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