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소식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우승기념 마라톤 대회

등록일 2019-09-09 조회 45

1936년 8월 9일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 우승했으나 웃을 수 없었고, 금메달을 땄으나 국기를 숨기고야 말았던 이가 있었다. 

 

이름: 손 키테이(Son Kitei)

국적: 일본

 

2시간 29분 19.2초의 기록으로 1등으로 들어온 그는 웃지 않았고, 환호하지 않았다. 고개는 숙였고, 가슴의 일장기는 묘목으로 가렸다. 잘못된 국기를 달고 잘못된 이름으로 해냈던 승리. 독일은 그를 두고 '가장 슬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불렀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했던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다.

 

베를린 올림픽 역사에서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독일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 중 하나다. 독일 제2공영방송인 ZDF에서는 '잘못된 국기 아래에서의 승리: 올림픽 마라톤 1936'라는 이름의 TV다큐를 제작했고, 독일 유력 주간지인 <슈피겔> 등 주요 미디어에서는 때만 되면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부근에는 손기정 선수의 기념상이 서 있다.

 

 

<독일 유력주간지 '슈피겔'에 보도된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스토리(좌)와 독일 현지에서 제작한 TV다큐(우)>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그의 우승을 기리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개최된다. 바로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우승기념 마라톤대회다. 지난 9월 7일 토요일 베를린 템펠호프 공원에서 제6회 손기정베를린올림픽 우승기념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유럽한인총연합회,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 재독한인총연합회 등 독일의 여러 교포 단체가 협찬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단축마라톤으로 10km와 5km 달리기, 5km 걷기 및 가족 함께 걷기, 1km 어린이 달리기 등 다양한 코스로 마련되었다. 경기에 참가한 총 인원은 약 300명으로 한인 교포 1, 2, 3세들은 물론 독일 현지인도 많이 참가했다. 6세 어린이들부터 성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 같은 시간이었다. 행사를 마친 이후에는 한국식 그릴로 다함께 뒤풀이를 즐겼다. 이날 행사에는 주독한국대사관 영사 뿐만 아니라 베를린시에서도 시장을 대표해 관계자가 나와 축사를 함께 했다. 베를린 올림픽 당시의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와 현재 긴장상태에 있는 한일관계가 맞물려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는 행사가 되었다. 

 

 

 

<베를린 템펠호프 공원에서 열린 제6회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우승 기념 마라톤대회-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이날 직접 참관해 본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우승기념 마라톤대회는 조금만 기획을 잘하고 힘을 쓴다면 좀 더 대중적인 행사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행사는 전형적인 교포 행사같은 분위기였다. 마라톤 대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없어 기본적인 코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올해가 6회째 행사이지만 지난 행사의 기록을 찾기도 쉽지 않다. 현장에는 매직으로 쓴 접수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큰 기업체들의 협찬을 받는 기존 마라톤 대회와는 물론 비교할 수는 없지만, 베를린에서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가 가지는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는 한인뿐만 아니라 독일 사회, 특히 베를린에서 충분히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손기정 우승기념 마라톤대회가 베를린에서 좀 더 대중적이고 다문화적인 행사로 거듭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는 이유다.  

 

※ 참고자료

https://www.spiegel.de/geschichte/marathon-in-berlin-der-lange-lauf-von-sohn-kee-chung-olympiasieger-1936-a-1113059.html

https://www.imdb.com/title/tt7179830/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