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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길을 닦는 김병철 작가의 오체투지 퍼포먼스

등록일 2019-09-08 조회 54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병철 작가가 남북 대사관 사이의 길을 닦는 오체투지 퍼포먼스를 펼쳤다. 베를린 서쪽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에서 동쪽에 있는 북한 대사관까지 거리 약 3km.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를 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포츠다머 플라츠를 지나 10시간 30분간 이어진 퍼포먼스였다.

 

지난 96일 오전 9, 한국대사관 앞에서 김병철 작가의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이번 작품(?) 활동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옷, 베를린 청소노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형광 주황색 작업복에 팔과 무릎 쪽에 걸레를 붙였다. 말 그대로 남북 대사관 사이의 길을 닦는다는 의미다. 첫눈에 실소를 자아내는 복장이지만 오체투지의 길은 진중했다. 김 작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허투루 걷지 않았고, 장장 10시간 30분에 이르는 길을 모두 닦았다.

 


<독일 김병철 작가의 오체투지 퍼포먼스. 주독한국대사관에서 북한대사관()까지 오체투지로 길을 닦았다>

 

지나가는 행인들과 관광객들의 오묘하고 미스테리한 표정이 김 작가 주위를 둘러쌌다. 작가의 등에는 QR코드를 붙여 행위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정체모를 퍼포먼스를 궁금해하면서 관심있게 물어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 퍼포먼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북한 대사관에 다다를 무렵, 퍼포먼스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작가 뒤를 따라 함께 대사관까지 오는 이들도 있었다.

 

북한 대사관까지의 오체투지를 마친 김병철 작가는 이후 베를린 남북정원으로 옮겨 간단한 담화를 나누었다. 김 작가의 이날 퍼포먼스는 베를린의 남북 예술 프로젝트로 남북의 식물을 가져다 조성한 예술 공원 '3의 자연'과 연결된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평소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기와 공간을 찾고 있던 김 작가가 예술 공원을 기획한 김금화 큐레이터를 만나 프로젝트가 현실화됐다.

 

김병철 작가는 이날 퍼포먼스를 마치고 '이런 뜻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김금화 큐레이터님에게 감사하다. 오늘 퍼포먼스가 저한테 힘들기도 했지만, 그나마 예술가로서 아니면 한 명의 한국 국민으로서 이런 기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오체투지라는 행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오체투지는 나를 낮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것이 꼭 북한을 의미한다는 것이 아니라, 독일 베를린에서 이뤄진 통일,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그것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체투지 퍼포먼스를 마친 김병철 작가(가운데)와 김인호 주독일 한국대사관 통일관()과 김금화 큐레이터()>

 

김병철 작가는 이번 퍼포먼스 이외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일 현지의 주목도가 높은 작가다. 2년 전에는 독일 주요 도시에서 음식 값을 돈이 아닌 유머로 계산하는 '유머 레스토랑' 팝업 스토어를 열어 각 지역 미디어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체투지 퍼포먼스도 이번에 두 번째다. 첫 번째 오체투지 퍼포먼스는 스위스에서 진행되었는데, '예술가들은 어떻게 벌어먹고 사는가'라는 주제의 프로젝트였다. 많은 예술가들이 먹고 살기 위한 소위 '밥벌이'를 보여줬고, 이 때 김병철 작가는 청소일을 하며 먹고사는 예술가의 삶을 오체투지로 보여줬다. 삶과 유머, 처절함을 아우르는 예술 프로젝트였다. 이번에 진행된 오체투지 퍼포먼스도 진중한 와중에 유머러스하게, 유머러스한 와중에도 진중하게 이뤄졌다. 이곳에서 만난 김 작가의 퍼포먼스는 늘 삶의 한 가운데에 있다. 많은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대중들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과는 대조된다. 김 작가의 다음 퍼포먼스도 삶 속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그의 다음 퍼포먼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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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