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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스타들과 맞먹는 여성 골퍼들의 파워

등록일 2019-08-11 조회 132


<에비앙 골프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골프 선수 고진영>

 

'대한민국 여성들이 골프 경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들이 이렇게 골프계를 장악하게 되었을까?'라는 제목하에 영국의 일간지인 텔레그라프지가 최근 세계 골프 경기에서 잇달아 우승을 한 여성 골퍼들을 집중 조명하여 눈길을 끈다. 지난 731일 자 게재된 이 보도는 한편으로는 고진영, 박인비 등의 여성 골프 스타들이 대한민국의 교육열 높은 엄마들, 일명 '타이거 맘''극성' 덕택이라는 점,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남성들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직업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여성계에서 성공한 여성 골프 스타들의 파워는 K-Pop 스타들의 그것과 견줄만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도에서 기고가인 케이트 로완(Kate Rowan)이 어떻게 대한민국 여성 골퍼들이 각종의 세계 골프 경기에서 우승컵을 휩쓸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자 한국 문화 일반, 특히 여성 문화를 이해하려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항들을 살짝 건드리기만 하고 보다 심도있게 천착하는 면이 없어 다소 산만하고, 초점을 다소 흐린 보도라는 아쉬운 느낌을 주는 기사다.

 

이 기고문은 7월 말에 우리에겐 물로 유명한 곳인 '에비앙'에서 열린 에비앙 골프 리조트(Evian Golf Resort) 골프 경기를 관전한 사람이면 누구나 프랑스의 알프스보다는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있는 안양 컨트리 클럽에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라는 서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는 비단 최종 우승자인 고진영을 포함한 대한민국 선수들의 숫자 때문만이 아니라 우산에서부터 클럽 커버까지 한국회사에서 협찬한 셀 수 없을 정도의 브랜드 상품 또는 장비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거 응원을 온 한국인들 때문이기도 한데, 경기장 바깥 테라스로 나가보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계자들과 걱정스러워하는 부모들, 팬들까지 잔뜩 몰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장면은 마치 £250(한화 약 36만 원)짜리 실크 스카프들과 같이 비싼 물건들을 구매하느라 명품 가게에서 거액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자랑스런 부모들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한다.

 

텔레그라프지에 따르면 여성 골프 세계 랭킹 중에서 20명 중 10명의 선수들이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장면들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3인의 한국 여성들고진영, 박성현과 2016년 올림픽 골드 메달리스트인 박인비-728일 일요일에 최종 그룹을 차지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한민국 여성들이 이처럼 골프계를 장악하게 된 것일까? 한국에서 여성들의 골프 혁명은 국가가 추진한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지원해왔다고 한다. 박인비 선수가 더 데일리 텔레그라프(The Daily Telegraph)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인들에게 경쟁심은 자연스런 것으로 성공을 위한 열쇠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부모들의 집중적인 지원 사격과 결부되어 있다.

 


<에비앙에서 박인비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

 

텔레그라프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경쟁이 아주 치열해요.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부모님들로부터 진짜 훌륭한 지원을 받는다'는 박인비 선수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이 하는 일은 특별해요. 딸들이 프로페셔널 골프 선수가 되도록 돕기 위해 진짜 엄청난 희생을 하지요. 그 다음에 많은 선수들이 프로 선수들이 되면 부모님들이 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합류'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타이거 패런팅 문화'(culture of tiger parentin, 교육열 높은 극성 부모들)는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정신건강에 해가 되고 질환까지 야기한다고 남-동아시아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 부모들의 채찍질이 이들 젊은 여성 골퍼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텔레그라프지는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여권 신장의 문제는 아주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최초로 대한민국의 여성 수장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중책을 맡는 여성들의 숫자가 근년 들어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선진국들' 중에서 성별에 따른 보수의 차이가 가장 많은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한다. 엄격한 미의 기준들 또한 직장에서 압도적으로 요구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이 메이크업이 기업 세계에서 얼마나 의무사항으로 강요돼왔는지를 '폭로한' 것도 최근에 시작된 미투 운동의 초기에 비로소 지적된 것이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북한과 전쟁 중이기 때문에 18세와 35세 사이의 모든 한국 남성들은 군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소녀들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군복무 때문에 2017Players' Championship 승리자인 김시우를 비롯한 많은 남자 선수들이 PGA Tour에 참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타이거 우드와 비교되곤 하는 한국의 박세리 선수. 1998년 첫 여성 골퍼로 우승했다>

 

젊은 대한민국의 여성 골퍼들에게 1998년에 여성 최초로 세계 골프계에서 우승을 한 박세리 선수는 미국의 타이거 우드와 비슷한 존재라고 이 보도는 진단하고 있다. 타이거 우드가 Jordan SpiethPatrick Reed 등 우드 다음 세대의 미국 프로 골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처럼 한국 여성들은 1998US Open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한 박세리에게서 그들의 롤 모델 혹은 멘토어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박세리의 아이들'(Se-ri’s kids)인 셈이다.

 

재미있는 사항은 텔레그라프지가 한국의 스타 여성 골퍼들과 K-Pop 스타들의 위상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점인데 그 기준들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한국 시장과 직접 거래하고 있고 아시아 본부가 서울에 있지만 선수들은 완벽주의 경향 때문에 직접 영어를 하지 않고 통역을 쓴다고 한다. 둘째, 팬심이다. 1966년 이래 좋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축구 선수들의 팬 층은 그다지 두텁지 않은 듯하다. 한국인들이 여성 골프에 열광하는 것처럼 영국인들은 축구에 그다지 '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자프로골프협회의 Mike Whan 위원에 따르면 '지금 한국인들은 여성 골프에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그 방식은 마치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스하키를 대하는 것과 견줄만하다'. 여성 골프의 글로벌한 성격을 지적하면서도 그는 한국에서 골프의 성공에 대해서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팬층이 두터운 대표적인 예로 박성현 선수를 들 수 있다. 그녀는 그녀를 쫓아 7월 말에 에비앙, Woburn에서 열린 Women’s Open까지 여행을 온 많은 숫자의 열성적인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여성 프로 골퍼들의 위상은 팬들을 볼 때 K-Pop 스타들과 동격이라는 것이 텔레그라프의 견해이다. 셋째로, 보수의 문제도 비교할 만하다는 것이 텔레그라프의 입장이다. 이 신문은 여성 골프 선수들이 1달에 최소한 $10,000(한화 약 1,100만 원)는 기본적으로 벌 것이라고 추측했다.

 

K-Pop 스타들과 여성 프로 골퍼 스타들의 위상을 좀 더 심도있고 신빙성있는 자료들을 통해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보도이다. 극성 부모들 덕택이 이들이 이토록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게 되었다는 추측도 좀 더 뒷받침된 증빙 요소들을 갖추었어야 한다는 여운을 남긴다. 한국에 관한 상투적인 고정관념들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텔레그라프웹사이트

 

참고자료

The Telegraph(19. 7. 31.) <South Korean women have golf down to a tee - but how have they become so dominant?>, https://www.telegraph.co.uk/golf/2019/07/31/south-korean-women-have-golf-tee-have-become-domin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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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현선[영국/런던]
  •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