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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열린 재외동포 2세들의 사생 및 글짓기대회

등록일 2019-05-14 조회 34

이민자의 나라 독일에서 '통합' 그리고 '화합'은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 독일은 사회문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통합 정책을 추진한다. 독일 측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제로 이민 배경을 가진 이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에 거주하는 한인 2세와 한독가정 자녀들의 역할이 크다. 양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면서 사회 참여를 하는 이들은 독일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문화중개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 세대의 적극적인 관심 없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인 2, 3세들은 이주민이라는 배경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적인 정체성을 더욱 외면하고 '독일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그중 일부는 성인이 된 이후에 뒤늦게 '한국적 정체성'을 접하고,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이 세대들에게 어느 한 문화의 정체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 이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한독 문화교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독일 현지에서 한인 2, 한독가정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행사는 그런 의미가 있다.

 


<주독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어린이 청소년 사생 및 글짓기 대회 풍경>

 

지난 511일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는 청소년 그림 및 글짓기 대회가 열렸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 베를린지회가 주최한 행사인데, 매년 통일과 평화 등의 주제로 한인 2세 및 한독 가정의 아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날 행사에는 40명에 가까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3세부터 16세까지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등 다양한 연령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인 1.5세와 2, 3세에 한독 및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함께했다. 학부모들도 동행해 문화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주제는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들의 역할'.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운 주제였지만, 저마다 나름의 해석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내려갔다. 한국과 북한, 독일의 국기가 어우러지고 다양한 피부색과 머리색을 가진 캐릭터가 출현했다. 같은 주제일지라도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와는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참가자가 많아서 심사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국현 민주평통 베를린 지회장과 김인호 주독 대사관 통일관, 김윤영 베를린한글학교 교장, 김금화 큐레이터, 주독한국대사관 영사까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수상자를 결정했다. 한글학교 교장은 독일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독일에 이주한 지 얼마되 지 않은 아이들의 상황을 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참가 학생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말하면서 세심하게 평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수상자들은 각각 권세훈 주독 문화원장, 김희진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장, 정범구 주독 대사 명의의 상장과 함께 상품이 함께 주어졌다. 참가한 아이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참가자 모두에게도 소정의 선물을 나누어 줬다.

 



<주독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어린이·청소년 사생 및 글짓기 대회 시상식>

 

독일 교포사회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를 보고 있으니 필자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교포사회 밖에서 바라보면 어쩌면 조금 진부하게 보일 수도 있는 행사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다음 세대들에게 이런 행사는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사의 주제는 단순한 풍경이나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에 관한 것이다. 한글로 적힌 상장을 받아들고 뿌듯해하는 아이들은 독일에 살면서도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다음 세대들을 위한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1세대들의 역할이다.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1세대 유학생과 사업가로 독일에 자리 잡은 한인들은 어느새 이러한 행사를 여는 주체가 되어 다음 세대를 돕는다.

 

조금 더 큰 기대를 해 보자면 독일인 및 다양한 이주 배경의 현지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한국문화원에서 이 행사가 있기 바로 직전에 세종학당의 한국어 말하기대회가 열렸다. 여기 참가한 친구들도 분명 한국어 글짓기를 잘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한국인과 독일인 모두를 아우르는 행사로 나아가기를, 혹은 독일인도 함께 참가할 수 있는 별도의 행사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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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