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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억문화의 또 다른 이정표, 제국주의 약탈문화재 반환

등록일 2019-05-08 조회 166

지난 319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서 외국의 문화재를 본국에 반환하는 행사가 열려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반환식에서 박물관 측이 본국에 돌려보내기로 한 유물은 한국의 문인석 한 쌍.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로텐바움 박물관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2,700여 점의 한국 문화재를 검토한 결과 문인석이 불법으로 밀반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 열린 문인석 반환식에 참석한 바바라 플랑켄슈타이너 박물관장과 신성철 함부르크 총영사. - 출처: 주함부르크 대한민국총영사관>

 

이 유물은 1983년 한 독일인이 이삿짐 컨테이너에 실어 독일로 밀수했고 4년 후 박물관이 사들였다. 박물관 측은 면밀한 조사 끝에 올바르지 않은 경로로 입수되었음을 인정하고, 해당국으로 반환을 결정했다. 이러한 독일의 결정은 유네스코와 유럽연합에서 논의된 문화재 제자리 찾기정책의 일환이다. 독일은 현재 약탈 문화재 및 불법적으로 소유한 문화재의 반환을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는 국가다.

 

제국주의, 그리고 약탈 문화재

약탈 문화재 반환에 관한 논쟁은 전쟁이 잦았던 유럽에서 이미 오랜 화두였다. 나폴레옹이 유럽 전역과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모은 문화재가 파리에 넘쳐났고, 이후에는 나치의 히틀러가 유물들을 회수해 독일로 집결시켰다. 하지만 이 문화재들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 분단 이후 점령 통치하던 소련이 이 유물들의 상당수를 자국으로 가져갔다. 대륙 내 문화재 쟁탈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식민지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독일 베를린의 박물관 섬 등에는 막대한 양의 소장품으로 지금도 과거 제국주의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다.

 

1970년 유네스코는 회원국들 간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껏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간은 흘러 유럽연합이 2012년과 2014년에 걸쳐 회원국들이 불법적으로 소유한 문화재의 반환 문제에 관한 규정을 세웠고, 독일은 이 규정을 실천하기 위한 문화재보호법(Gesetz zum Schutz von Kulturgut)2016년 제정했다.

 

독일의 제국주의 문화재 반환 정책

독일은 문화재보호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그 첫 결과물이 지난해 5월 공개됐다. 독일 박물관 연합이 공개한 <제국주의 맥락에서 소장된 문화재 처리를 위한 기본원칙>이 그것이다. 136쪽에 이르는 이 책자에는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발생한 문화재 약탈 및 불법 반입 등의 문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먼저 제국주의 약탈 문화재의 정의부터 카테고리 지정 및 카테고리별 기본원칙이 제시되었다. 문화재 분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 제국주의 식민지 관계에서 이루어진 직접적인 약탈 문화재, 둘째 '공식적인'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제국주의 맥락에서 이뤄진 약탈 문화재, 셋째 제국주의적인 맥락에서 수용된 문화재 등이다. 독일 박물관 연합은 제국주의 문화재를 이러한 카테고리로 나누고 각각 어떻게 반환 등의 처리 문제에 임해야 하는지 기본원칙을 세웠다. 대륙별로 제국주의 식민지 역사를 정리한 표에는 독일 및 유럽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관계 등 전 세계 제국주의 식민지 역사가 망라되어 있다. 이 과제가 단순히 독일만 청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를 거느렸던 제국주의 국가 모두가 해야 할 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국주의 문화재 청산을 위한 기본원칙을 공개한 독일 문화부장관 모니카 그뤼터스(왼쪽부터), 프로젝트 대표 빕케 아른트, 박물관협회장 에카르트 쾨네

출처 : 독일 연방정부>

 

독일연방 문화부는 해당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함은 물론 독일의 역사청산 및 기억문화 형성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독일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는 연방정부의 프레스센터에서 공식적인 발표 행사를 가지고 이 기본원칙을 널리 알렸다. 그는 제국주의 맥락에서 소장된 문화재를 다루는 이 기본원칙이 입법과정에 처리되기를 바라며, 이 원칙이 개별 사례를 다루고, 예민한 문화재 소장품 문제를 다루는 데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문화부 장관의 발언에서 독일이 강조하는 역사청산과 기억문화를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이 기본원칙은 독일과 유럽의 제국주의 역사 청산에 있어서의 큰 진전입니다. 오랫동안 제국주의 시대는 우리의 기억문화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및 사진 출처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bundesregierung/staatsministerin-fuer-kultur-und-medien/umgang-mit-kulturgut-aus-kolonialen-kontexten-1008072

https://www.museumsbund.de/wp-content/uploads/2018/05/dmb-leitfaden-kolonialismus.pdf

https://www.facebook.com/gkkoreaham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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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