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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공휴일로 지정된 세계여성의 날, 축제의 날, 투쟁의 날

등록일 2019-03-11 조회 57

베를린시가 독일 연방주 중에서는 최초로 3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 및 시내 곳곳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투쟁하고, 연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때맞춰 열린 공연이나 전시도 여성의 날을 테마로 한 행사가 많았다.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공휴일이 된 베를린 '세계 여성의 날'

세계 여성의 날이 베를린의 공휴일로 지정되기까지 길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베를린시는 공휴일이 1년에 9번 있다. 독일 다른 주에 비해서 법정 공휴일이 가장 적다. 바이에른주의 경우는 1년에 13일이 공휴일이다. 이 때문에 베를린에서는 공휴일이 더 지정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어떤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경제계와 교회 단체는 종교개혁일인 1031, SED 독재 청산 담당관은 장벽이 무너진 119, 베를린시장은 3월 혁명(1848318) 기념일, 좌파당 정치인은 582차 세계 대전 종전을 휴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했다. 이 모든 기념의 날 후보를 제치고 세계 여성의 날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베를린이 성 평등과 젠더 이슈를 얼마나 무겁고 중요하게 바라보는지를 방증하는 일이다.

 

베를린 시는 이날을 '여성 투쟁의 날(Frauenkampftag)'로 이름 지었다. 독일 베를린시의 좌파-사민-녹색당 연합정부의 녹색당 대표인 안체 카펙(Antje Kapek)성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날은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투쟁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공휴일이 된 베를린 여성의 날에는 오후 2시부터 곳곳에서 시위가 시작됐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시위>

 

남녀노소 참여하는 베를린 여성의 날 시위

베를린 대표 광장인 알렉산더플라츠와 샤리테 병원 앞, 리히텐베르크 지역에 있는 여성 감옥 앞에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여느 독일의 시위처럼 여성의 날 시위도 한 편의 축제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알렉산더플라츠에는 남녀노소, LGBT, 자전거와 유모차가 자유롭게 뒤섞여있다. 시위 주최 측에서 나눠주는 유인물이나 구호, 피켓은 없다. 저마다 자유롭게 박스에, 종이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적어서 나온다. 주최 측 트럭에서 나오는 말은 큰 관심이 없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곧 행동이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미어얌은 매년 여성의날 시위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그는 독일 또한 남녀 임금 격차가 크고, 아직까지(!) 낙태죄가 있다면서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218조와 219a조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중점 테마와 가치가 다양하다. 이번 여성의 날 시위 준비 모임에 참여했는데, 여성 단체 간 합의를 보지 못해서 여러 곳에서 시위가 진행된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세계 여성의 날 피켓.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 형법 218/219a 폐지'라고 적혀있다>

 

독일 동쪽 리히텐베르크 지역에 있는 여성 감독 앞에는 이민 배경을 가진 여성 단체가 주로 모였다. 전 세계적으로 낙태죄 및 여성 권리 운동을 하다가 수감 된 여성이 많으며, 이들 여성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여성 감옥 앞을 시위 장소로 정했다. 이들은 각국 나라에 처한 성차별 및 젠더 이슈에 대해서 발언했다. 한국 미투 및 젠더 이슈를 다루는 미투 코리아너린넨 등 한국 여성 그룹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여성 감옥 앞에서 2시간여 동안 도로로 행진,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베를린 시민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샤리테 병원 앞에서 진행된 행사는 온라인 및 SNS 운동의 의미가 컸다. 길거리에 의자를 들고 나와 앉아있는 시위다. 의자 뒤에는 '여성의 날 파업 중'라는 글귀를 적어놓는다. 미어얌은 '여성의 날이 공휴일이 되었지만, 병원 등 일부 분야에서는 쉬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어 그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세계 여성의 날 거리행진을 하는 여성들. 한국 여성 그룹이 가장 앞에 자리했다>

 

여성의 날 시위뿐 아니라 38일 진행된 공연이나 전시도 여성의 날에 맞게 기획됐다. 베를린 출신의 유명 힙합그룹인 ‘K.I.Z’는 이날 베를린에서 여성들만을 위한 공연을 기획했다. 정작 멤버들은 모두 남성인데, 다들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공연에 참가했던 넬레는 남성 힙합 그룹이라고 하면 보통 거친 언어, 여성 혐오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공연은 공연 내용뿐 아니라 모두 여성이었던 관객들 모두가 모두를 배려하는 신나면서도 평화로운 공연이었다고 평가했다. 세계 여성의 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시도들이 많이 보였다. 원래부터 이 테마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은 물론, 평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나 분야도 마찬가지다. 베를린시는 이제 세계 여성의 날마다 또 다른 축제의, 투쟁의 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 여성의 날은 다시, 베를린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날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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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현)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재학중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