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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수현 씨 추모 다큐멘터리 영화 <가교> 특별 상영회

등록일 2019-02-07 조회 55

지난 126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고() 이수현 씨를 추모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가교(가케하시, 架橋)>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상영회는 2001, JR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유명을 달리한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를 추모하고, 올해 126일로 18주기가 되는 날에 맞춰 상영되었다. 한일관계가 악회된 와중에 개최된 상영회였지만 관람 신청자가 많아 당첨자에 한해 관람권이 주어졌다. 행사 당일 회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다큐멘터리 영화 <가교>2001JR신오쿠보역에서 일어난 사고의 전말과 그 후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1126일 선로로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고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 씨와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가 선로로 뛰어들었지만 3명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이수현 씨가 외국인인 관계로 사고 당시 큰 화제가 되었으며, 갑자기 소중한 아들을 잃은 부모님 앞으로 일본 전국에서 조의금이 전해졌다고 한다. 언제나 한일 간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던 아들의 유지를 잇고자 그의 부모님은 조의금을 기부하고 비영리 활동법인 ‘LSH 아시아 장학회도 설립했다. 장학회는 양국 간 가교 역할을 감당하고자 일본유학 중인 아시아 젊은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현재까지 18개국 897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다큐멘터리는 제1‘I am a Bridge!’와 제2발자취를 찾아서로 나뉜다. 1장에서는 이수현 씨의 주변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이수현 씨의 인생을 돌아보고, 일본에서의 생활을 소개한다. 이수현 씨는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5세 때 일본에 왔다.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접하고, 일본이 자신의 성격과 맞는다고 했다. 일본 사람들이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에 감명받은 그는 학교를 오가는 길에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하교할 때는 늘 자전거 바구니가 빈 캔 등의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한다. 친구들은 이제 그만하기를 바랐으나 이수현 씨는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3시간씩 공부하고, 동네에서 싸움이 나면 상대가 누구든 중재를 했다고 한다. 이수현 씨 친구는 그런 그를 보고 위대한 괴짜라고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부모님을 시작으로 이수현 씨가 재학했던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의 이사장 아라이 토키요시 씨 등 이수현 씨의 생전 모습과 사고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 등장,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특히 장면에서 관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1장 마지막에는 그가 사망한 후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가 지원하는 유학생이나 단체가 장학금을 받는 모습도 담겼다.

 

2발자취를 찾아서에서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2015년 일본에 온 한국 대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이 교류하는 모습과 유학생들의 인터뷰, 교류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도 담겼다. 또한 역사적으로 한국(한반도)과의 인연이 깊은 나라현 아스카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통한 민간교류 다큐멘터리 영상도 소개됐다. 홈스테이 마을 주민들과의 마음 따뜻해지는 교류 모습도 담겨있다.

 

영화상영 후에는 이수현 씨 어머니 신윤찬 씨가 등장해 유창한 일본어로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고를 잊지 않고 계신 분들이 많아 감사하고, 일본에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신윤찬 씨는 사고 당시에는 곤니찌와란 말밖에 몰랐지만 일본어를 공부한 지 18년이 지난 현재 부산에서 관광 안내 봉사도 하고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김치 교실을 열고 있다고 한다. 매년 같이 일본을 방문했던 아버지 이성대 씨는 안타깝게도 건강 문제로 이번 상영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부모님도 한일 간 가교가 되고 싶다라던 이수현 씨의 유지를 잇고 있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8년이 지난 지금, 부모님이나 지인들의 가교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부모님은 이 공적을 인정받아 20156월에 일본 정부로부터 욱일쌍광장을 수여 받았다. 이 훈장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이 일본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참으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일 우호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사고는 일본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부교재에서도 실려 그의 위업이 차세대에게 전해지고 있다. 아래는 영화 팸플릿에 게재된 감상평이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개인 간 생긴 작은 가교(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 많이 생겨난다면 이윽고 큰 가교가 된다. 친밀한 인간관계나 개개인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양국 관계의 악화에도 민간교류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친구가 있는 나라와 전쟁하려고는 하지 않겠지요.

 

 JR신오쿠보역에서의 사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후의 부모님의 활동은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일관계가 좋아지도록,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가 우정으로 하나가 되도록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답답하지 않은 영화여서 좋았다. 오랫동안 지속될 작품 같았다.

 

 신오쿠보 주변은 사고가 난 다음 해인 2002 한일 월드컵의 영향으로 활기찼고 2003년에는 일본에서 공전의 한류 붐이 일어나 한류 팬으로 넘쳤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13년경부터 반한·혐한 단체 헤이트 스피치로 인해 사람들이 겁을 먹어 신오쿠보를 찾지 않아 한산했었다. 그러나 다시 제3차 한류 붐으로 신오쿠보는 이전보다 더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신오쿠보는 한일관계나 한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 온 지역이다. 이 영화를 통해 한류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신오쿠보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계자들의 활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국가 간의 갈등은 있더라도 민간교류, 문화교류를 통해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별 상영회가 열린 극장 - 출처 : 도쿄 한국문화원>

 


<상영회에 참석한 이수현 씨의 어머니 - 출처 : 도쿄 한국문화원>

 

<영화 '가교' 포스터 - 출처 : musevoice>

 


<영화 '가교'의 한 장면 - 출처 : musevoice>

 


<영화 '가교'에 등장하는 이수현 씨의 부모 - 출처 : muse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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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한도치즈코[일본(도쿄)/도쿄]
  • 약력 : 현재) 도쿄 팰리스여학원대학, 세이케이대학, 무사시노대학, 도쿄 외국어대학 한국어 강사 리쿄대 사회학과 졸업, 서강대 사회학과 문학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