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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의 공백, 터키 공중파 방송 한국 드라마 방영 결정

등록일 2018-03-12 조회 378

1년의 공백을 깨고 새해 한국 드라마가 터키의 공중파 텔레비전을 통해 전파된다. Kanal 7은 지난 해 말 2018년 초부터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낸 후 많은 한류팬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해당 방송국에서 방영한 외국 드라마는 오직 인도 드라마뿐 이었기에 이번 결정은 터키의 대중매체가 한류팬들의 규모를 실감하였으며, 한국 컨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을 크게 예측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도에서 Kanal 7은 자사 프로그램 “Soz ve Muzik'에서 한국 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Koreanturk.com'의 운영자 데멧 외즈베이(Demet Ozbey)와 한국 드라마에 대해 상당한 대화를 나누었으며, 'Koreanturk.com'의 일일 접속자가 15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듣고 직접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한국 드라마 방영 결정으로 인해 인도 드라마의 방영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실망스러운 반응도 있었지만, 환호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이후 Kanal 7은 방영 고려 중에 있는 다수의 한국 드라마들을 공개하고 시청자 투표를 거침으로써 선호되는 방영작들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 방송국은 한국 드라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한류팬들로부터 상당히 시달린 듯하다. 방송국은 별도의 안내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문의한 언제쯤 방영이 시작되는지’, ‘어떤 드라마가 선택되었는지’, ‘몇 편이나 방영되는 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였다. 또한 2월에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더욱 완성도 높은 더빙 제작을 위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방영 지연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최종 선정된 Kanal 7의 최초 방영작은 이미 Kanal D에서 지난해 리메이크하여 방영한 바 있는 지성, 황정음 주연의 <비밀>과 동배우들의 또다른 주연작 <킬미힐미>이다.

 


<한국 드라마 방영 계획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문의로 별도방송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한 Kanal 7 - 출처 : Kanal 7>

 

터키에서 한국 드라마는 2000년대 말 공영방송 TRT에서 <>, <대장금> 방영을 시작으로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의 방영 리스트는 줄곧 사극으로 채워져 왔다. 화려한 의복과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가운데 영웅적, 신화적 이야기를 담은 한국의 사극은 터키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이른바 이라고 하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와 나라에 대한 충정심, 가족 중심의 사회구조까지 더해졌으니 터키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보아온 시나리오가 다른 인물과 배경을 통해 재현된 친숙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터키와 같은 무슬림 사회에서는 개방에 대한 욕구가 크기도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자신들의 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을 만한, , 자신들이 지녀온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 문화를 훨씬 선호한다. 이러한 터키인들의 문화적 선호는 한국드라마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터키인들이 우리와 많이 닮아서요.”라고 답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터키 공중파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들 - 출처 : 통신원 작성>

 

2010년대 중반부터 터키는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여 방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아무래도 판권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과 현지 드라마 시장이 침체될 것에 대한 우려가 뒤섞인 반응일 것이다. 원작 방영은 2006년 시작되어 현재 방영 예정인 작품까지 23편에 불과한데 비해 리메이크작은 2011년에 시작되어 현재 29편에 이른다.

 

<터키에서 리메이크된 한국 드라마 리스트 - 출처 : 통신원 작성>

 

초반에는 리메이크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엉성하게 각색된 시나리오와 너무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방영된 리메이크 작품들은 상당 수 시즌을 연장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천사의 유혹>, <닥터스>, <욕망의 불꽃>. <사랑도 돈이 될 수 있나요?> 그리고 <꽃보다 남자>가 대표적인 리메이크 성공사례로 꼽힌다.

   

  

<터키에서 리메이크되어 큰 사랑을 받은 좌)<욕망의 불꽃>과 우)<꽃보다 남자> - 출처 : 각각 Star TV, Kanal D>

 

한국적 정서가 담겨있는 시나리오가 터키의 제작자들과 배우들을 통해 표현되는 것 또한 상당히 흥미롭다. 가끔은 180도 다른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 인물이 이런 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구나, 이 장면이 터키에서는 이렇게 되었을 때 더 호응을 얻는구나 하는 식으로 양국의 문화차이를 읽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리메이크든 원작 방영이든 한국 드라마가 터키에서 인정받고, 선호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터키에서 해외 드라마는 모두 터키어로 더빙 처리되어 방영되기 때문에 필자가 터키 TV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호사는 누리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수 년 내에 터키에서 인도 드라마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한국 드라마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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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