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소식

다문화 인형극 프로듀서, 제이미 김

등록일 2018-02-08 조회 490

 

어린이 인형극 <인형 쇼 이브닝(An Evening of Puppet Shows)> 공연이 지난 126() 오후 730, LA한국문화원(원장 김낙중) 3층 아리홀에서 선보였다. 이 공연은 LA한국문화원이 실시한 공연작품 공모전 '아리 프로젝트(Ari Project)'에 선정된 작품이다. '아리 프로젝트(Ari Project)'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공연단체들이 LA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우수한 공연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입된 LA한국문화원 대표 공연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독특하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공연들이 '아리 프로젝트(Ari Project)' 시리즈로 LA한국문화원 아리홀 무대에 올라왔다.

 

공연을 이끈 주체인 모래한알 인형극단(One Grain of Sand Puppet Theater, 대표 BethPeterson)은 인형극 공연자, 공연예술가, 스토리텔러, 음악가, 그리고 교육 전문가들을 주멤버로 하여 지난 2001년 창단됐다. 이후 약 17년간의 세월 동안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삶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한 창작 전통인형극과 가면극을 무대에 올려왔으며 각종 축제와 퍼레이드, 거리극과 다양한 워크숍도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다른 무대 공연 또는 이벤트에서 필요로 하는 대형 인형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인형극의 주제를  눈에   있는 포스터 아트>

 

 

모래한알인형극단이 이번 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선보인 인형극은 한국의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인형극 <심청이><어흥! 호랑이> 두 편이다. 평소 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의 공연은 앞자리에도 의자로 좌석을 마련했지만 이번 공연은 주인공들이 작은 사이즈의 인형이다 보니,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앞자리는 별다른 의자 없이 바닥에 앉도록 배려했다. 바닥에 앉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관중들은 보다 공연에 참여적이었다.결과적으로 평상시의 공연보다 훨씬 더 많은 박수와 추임새가 자주 나왔고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심청이>는 우리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한국의 전래동화 심청이를 21세기에 맞도록 각색한 스토리를 판소리와 함께 구성한 인형극으로 35분간 공연됐다. <어흥! 호랑이>는 아기호랑이가 고향인 백두산을 떠나 세상 구경을 나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다문화 창작 인형극으로 <심청이>보다 짧은 20분 길이로 공연됐다. 주인공들은 작은 사이즈의 인형으로 인형극 공연자들이 조정을 했지만 그 외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경우는 실재 크기의 대형 인형, 또는 실재보다 큰 대형인형들이 공연을 펼치게 연출함으로써, 시선이 무대 위 작은 지점에만 머물게 될 경우, 극이 자칫 단조롭고 지루해질 수 있었던 우려를 극복했다. 또한 그림자 인형, 토이시어터 (toy theater) 등 각종 인형 종류를 한자리에 선보여다소 생소한 공연 장르인 인형극의 여러 요소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대 배경의 하나인 나무를 예로 들더라도 가운데 얼굴을 넣음으로써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번공연을준비한모래알인형극단의한인프로듀서 제이미(JamieKim)씨와 공연에 관한 인터뷰를나눴다.

 

인형극에 뛰어들게  계기는무엇인가요?

저는 1970년대를 한국에서 자랐어요. 제 나이 10살인 1981년에 가족 이민으로 LA에 왔고요.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고, 또 사람들이 모이는 걸 좋아했었습니다. 부모님 몰래 동네 아이들을 저희집 지붕으로 끌어 들여 이야기 잔치를 벌이기도 했었어요. 시작이 좀 남다르죠? 어린 시절에는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무척 좋아했고 상인들이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며 귀를 기울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서투르지만 글을 쓰는 것도 정말 즐겨 했었어요. 이런 작고 사소한 것들이 제게 많은 영감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1990년 중반에 저는 대학 졸업 반이었었는데 제 공부의 방향을 공공 미술로 전환했었죠. 7, 하루 온종일을 커뮤니티와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각의 변화가 생겼어요. 삶의 희노애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벽화, 설치 미술보다는 거리극, 인형극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죠.

 

모래한알인형극단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형극과 거리극에 대해 배우려고 미국 미네소타(Minnesota)주에 있는 큰 인형극단을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인형극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샌프란시스코(SanFrancisco), 버몬트(Vermont), 코네티컷(Connecticut), 한국 등으로 가서 여러 인형극을 배웠어요.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기 때문에 겁없이 인형극 모빌 카트(MobileCart)를 만들어 공연을 하는가 하면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죠. 그러다가 2001, 미네소타 극단에서 만났던 베스 피터슨(BethPeterson, 당시에는 미네소타 극단의 부단장 Associate Director)과 다시 연락이 닿았어요. 베스는 미네소타에서부터 LA로 거처를 옮기면서 모래한알인형극단(One Grain of Sand Puppet Theater)을 설립했어요. 그때 그녀와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모래한알인형극단의 한인 프로듀서 제이미 (Jamie Kim)>

 

 

 


이번 공연은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모래한알인형극단의 베스 피터슨 단장은 한국과 인연이 많은 분이에요. 미네소타 극단의 부단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미네소타 극단은 한국에 여러 번 초청되어 공연을 했었습니다. <심청이>는 다른 버전으로 오래 전 뉴욕에서 공연을 올렸던 작품이에요. 이번 LA한국문화원 아리홀 무대에 올린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05, 엄정애 선생의 작품인 <바리공주>LA한국문화원 무대에 올렸을 때, 민요를 맡았던 이경주 선생님이 당시 베스가 부탁했던 판소리 심청가 중 일부를 그때 하지 못했었어요. 이경주 선생님은 수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결국 심청가를 완창하게 됐습니다. 그 노력과 공로가 정말 대단하죠. 이를 알게 된 베스는 몇 년 전부터 꼭 <심청이> 인형극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입니다. 판소리가 곁들여진 한국전래동화 이야기인 만큼 한국문화원에서 공연을 하는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아리 프로젝트에 출품하게 되었죠. 아울러 다문화 이야기를 함께 선보이면 좋을 듯 싶어 이미 만들어진 <어흥! 호랑이>를 짧게 각색하여 인형쇼 이브닝(AnEvening of Puppet Shows)’에 삽입하게 됐습니다.

 

 

심청이의 줄거리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데 <어흥 호랑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내용인지 프로듀서의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면요?

<어흥!호랑이>는 오래 전부터 구상되어 그동안 LA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공연했습니다. 어린 한국 호랑이가 백두산을 떠나 세상 구경을 가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에요. 이번에 LA 한국문화원 무대에 올린 버전은 호랑이가 아메리카(the Americas)로 가서 아메리카 표범(Jaguar)친구를 만난다는 내용입니다. 미국이 아닌 아메리카(theAmericas)로 표기한 건 아메리카 표범의 서식지가 미국만이 아니라 미국, 멕시코, 중남미 전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듣고 자라 친숙한 호랑이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인 것처럼 아메리카 표범의 문화적 상징성도 무척 크죠. 그래서 두 동물이 만나 친구가 된다는 건 다문화 사회인 LA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소재로 삼은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작년부터 아메리카 표범과 옥수수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 세계에서는 호랑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처럼, 멕시코에선 아메리카 표범이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일상 생활 속에 녹아 있을까단지 스토리뿐만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여러 문화적 요소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아주 짧게 각색했어요. 어린 호랑이가 구름 타고 백두산을 떠나 선인장이 가득한 사막에 떨어져 아메리카 표범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고 싸우곤 하죠. 그러는 가운데 옥수수 할머니가 나타나 옥수수 씨앗 하나를 떨어뜨리며 호랑이와 아메리카 표범이 함께 농사를 짓게 합니다. 이 둘은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친구가 됩니다. 인형극 중 땅, 옥수수, 씨앗, 물 등은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스페인어를 썼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호랑이와 아메리카 표범이 인라케치(In Lak’ech)”라는 마야(Maya) 인삿말을 배우는 것으로 끝은 맺죠. ‘인라케치의 의미는 당신은 또 다른 나입니다. (You are my other me)”입니다.

 

 

 

<모래한알인형극단이 선보인 공연 '심청이'>

 

모래한알인형극단의 다른 활동들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저희는 그동안 LA 뮤직센터(LA Music Center)와 많은 일을 했어요. 월트 디즈니 컨서트홀(WaltDisney Concert Hall)에서 수년간 공연되었던 뮤직센터의 월드 시티 프로그램(World City at the Music Center Program)’에서 인형워크숍을 여러 차례 맡았습니다. 인형 축제(PuppetFestival)도 열고, 다운타운 그랜드파크(DowntownGrand Park) 오프닝 때, 대형인형을 만들어 공연도 했죠. LA에서 열리는 인형 축제에는 대부분 참가했었고 LA 인형극 조합(LAPuppet Guild)의 행사, 학교, 커뮤니티 이벤트 등에도 빠짐 없이 참가했습니다. 아 참, 한국 과천한마당축제 때도 초청되어 과천시민들과 함께 대형 인형을 제작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어 오프닝 쇼에 공연한 적이 있어요저희 극단의 창립 초기만 해도 LA에 인형극 장르가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저희도 이에 많이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를 공연 형태로 선보인다는 것의 어려움은 어떤  있나요?

 

우리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공동체의 문화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공부, 체험, 경험 및 교류가 필여한 작업입니다. 2000년 초반부터 우리문화의 원형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고 거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또한 멕시코로 직접 가서 아메리카 표범과 옥수수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를 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좀 더 깊게 이해하게 됐죠. 다음 기회에 <어흥! 호랑이>의 풀버전(Full Version)에서 가능한 한 많은 부분들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다문화를 공연 형태로 옮기면서 보람도 많겠죠?

 

어려움보단 정말 재미있고 좋으니까 계속해서 인형극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이들의 문화를 보면 우리 문화가 더 잘보이죠. 무엇보다 서로 교류하다 보면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인형극을 함께 만들고, 관객들이 서로의 문화에 더 친근감을 느끼며 마음을 열어 서로 도우며 사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편견 속에 사로 잡혀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예를 들자면 타민족을 무시하며 상처 주는 언어와 행동들...그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심을 넓혀가는 것이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과제가 아닐까요?

 

모래한알극단이 선보인 한국적 내용의 인형극을 접한 주류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이 아주 좋아요. 우선 인형극이란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 문화를 인형극을 통해 접하게 되어 재밌어 하죠. 아이들, 어른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잖아요. 자라는 아이들에게 문화정체성(cultural identity)의 확립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소재의 인형극들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인형극을 아주 소중히 여겨요. 계속 만들어 공연해 왔고, 워크숍, 그리고 학교 교실에서도 많이 가르치고 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코리아타운 퍼레이드 때 한국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 대형인형들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퍼레이드를 하고 싶습니다.

 

 

※ 사진제공: LA한국문화원

통신원이미지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