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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가지 작전'으로 다시 찾아온 폭풍전야

등록일 2018-02-07 조회 69

터키의 국가 안보가 안정화되면서 문화산업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는 기사를 쓴지 채 서너달이 되지 않았는데, 현재 터키의 분위기는 또다시 폭풍전야이다.  터키 정부가 지난달 20일부로 쿠르드인 집중 밀집지역이자 시리아 내 쿠르드 민명대 YPG의 주요 활동지역인 시리아 북부의 아프린(Afrin)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올리브 가지 작전(Zeytin Dalı Harekatı’)'으로 명명된 이번 군사조치는 공식적으로는  PKK(쿠르드노동자당), KCK(쿠르드지역사회연합), PYD-YPG(민주조합당-시리아 내 쿠르드민병대) 그리고 IS를 타겟으로 하고있으나, 실질적으로는 2015년부터 터키 정부군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쿠르드족 측의 반군 PKK에 대한 무력보복으로 알려져있다. 터키는 수년 전부터 PKK를 공식적인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목하고 있다. 작전이 시작된지 18일째를 맞는 현재(2018.2.6)를 기준으로 터키정부는 총 970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발표하였다.  

 


<'올리브 가지 작전'에 따라 아프린 지역으로 이동 중인 터키군 - 사진출처 : IHA>

 

그러나 공격의 대상이 된  YPG는 7년 이상 지속된 시리아 전쟁에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테러행위를 일삼는 IS에 대항하여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인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것으로 인정받아온 터라 논란이 크다. 게다가 한편에서는 이미 쿠르드인이 모든 나라에서 실권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터키가 민간인 지역에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에서 지난 해 9월 25일 실시한 쿠르드 분리 독립 주민투표에서 찬성표가 95%로 압도적으로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주정부의 반대와 비협조로 인하여 쿠르드인들의 오랜 열망이었던 독립국가 설립은 힘없이 무산되었고, 전체 쿠르드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유가 하락과 전쟁으로 쿠르드인들의 경제기반이 거의 붕괴된 상황이다. 

 

필자가 이를 감지한 것은 한동안 오지 않던 주터키 한국대사관의 '신변안전 유의공지'가 또다시 빈번하게 필자의 메일함을 두드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첫 번째 유의공지는 1월 19일 '최근 터키 동남부 시리아 북쪽 군사작전 가능성 관련 신변안전 유의공지'라는 제목으로 도착했다. 4일 뒤인 1월 23일에는 '터키군의 시리아 내 군사작전 관련 안전 유의 안내', 그리고 또 약 열흘 뒤에는 '올리브가지 군사작전 지속에 따른 신변안전 유의공지'라는 제목으로 또다시 메일이 왔다. 현재 한국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에서는 터키의 쿠르드인 밀집지역인 가지안테프, 디야르바커, 마르딘, 반, 바트만, 비트리스, 빙골, 산리우르파, 시르낙, 시르트, 엘라지, 킬리스, 툰셀리, 하카리, 시리아의 국경 10km 이내 지역(히타이)에는 '철수권고'가 내려진 상태이다. 

 

사실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현지에서 부정기적으로 일어나는 테러는 감안하고 살아야하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실정이다 보니 필자 또한 이러한 안전 유의 메일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영향을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올리브 가지 작전에 투입되어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다 전사한 터키군들의 숫자와 그들의 사연이 연일 터키인들의 입과 언론에서 오르내리는 상황과, 주터키 한국대사관에서 보내오는 안전유의 메일을 보면서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치안보다는 이 나라의 침체이다. 연속된 테러로 인해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의 터키는 그야말로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다. 강경보수파의 대통령 에르도안의 서구 정상들을 향한 파격적인 발언들과 그가 세계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건재한 듯 보이지만, 연속적인 테러에 쿠데타 이후 8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OHAL)' 속에 사람들은 오직 자신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듯 보인다. 

 


<아프린에서 전사한 터키군들의 장례는 모두 공영TV를 통해 생중계된다. - 사진출처 : Haberturk>

 


<아프린에서 전사한 터키군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사진출처 : Sozcu>

 

이전에도 다룬 바 있지만, 이런 국가상황과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움을 위한 관광산업과 문화산업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여전히 터키로의 관광 패키지 상품들은 턱없이 낮은 가격에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지난 3년 동안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나 전시도 전무하다시피했다. 터키인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을 위해 앙카라를 찾은 한국의 한 유명 작가는 사적인 자리에서 필자와 나눈 대화에서 '수년 전부터 워크샵과 전시 제의가 있었으나, 치안이 걱정되어 고사해왔다. 최근에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 용기를 내보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터키의 불안정한 치안은 현지에 살고 있는 이들보다 오히려 터키 밖에 있는 이들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해외 아티스트들과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터키를 찾으려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터키정부의 막대한 공권력 투입과 출입국 통제로 테러는 거의 1년 가까이 멈춘 상태다. 작년 말 FT 아일랜드의 콘서트와 다가오는 2월 23일 THE ROSE의 콘서트가 가능해진 데에도 이러한 테러의 종결이 가장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위에서 '철수권고'가 내려진 지역들을 모두 합치면 무려 터키의 1/5 수준이 된다. 또한 이라크의 쿠르디스탄 자치주가 투표에서의 승리에도 불구, 이라크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못한데 따른 전 세계 쿠르드인들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해있는 때에 터키 정부의 쿠르드인 밀집지역에 대한 이번 군사조치는 그들의 입장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이자 민족탄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터키의 이번 군사조치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언론 또한 쿠르드인들의 분노에 기름칠을 하고 있는 셈이다. 

 

FT아일랜드와 잇따른 THE ROSE의 콘서트 소식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교민들에게, 그리고 터키의 한류팬들에게 귀한 희소식이었다.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K-Pop 공연이 너무도 보고 싶어 그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FT아일랜드의 콘서트를 찾았던 터키인 관객들을 기억한다. 이 다음에는 또 누가 올까, 언제가 될까 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설레어하던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다시 찾아온 이 불안한 국가 분위기가 더욱 원망스럽다. 이 나라의 오랜 숙원인 쿠르드인들과의 갈등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속히 해결되어 터키에 불어오던 한류의 미풍이 봄과 함께 다시 시작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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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