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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정주 80주년과 한-UZ 수교 25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 성황리에 개최

등록일 2017-11-29 조회 59

일제 치하의 조국을 떠나 모든 것이 낯선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어렵게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 내일의 희망을 꿈꿔오던 고려인 동포들은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기차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국 땅을 행해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오가며 도착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그리도 한 많고 고단했던 세월이 어느덧 80년을 흘렀다. 구 소련 노력영웅 김병화, 복싱 영웅 신 블라디미르, 상원의원이자 고려인 문화협회 회장 박 빅토르, 공훈 가수 신 갈리나를 비롯해 지난 10월 취학 전 교육부 신임 장관으로 취임한 아그레피나 신을 포함한 수많은 성공한 고려인 사업가와 학자들은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민족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렇듯 오랜 세월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생명력으로 당당히 우뚝 선 고려인 동포들의 이주 8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한-UZ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갈라 콘서트 (부제 : Наш дом Узбекистан: 우리의 집 우즈베키스탄)가 17일 이스티크랄 (istiklol) 대공연장에서 오후 5시부터 장장 3시간 여 동안 개최되었다. 

 

 

<고려인 정주 80주년 역사의 시작을 보여준 연극>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1937이라는 숫자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등장했다. 뒤를 이어 구 소련 극동지역에서 생활하던 고려인 동포 1세대들의 평화로운 생활상을 담은 짧은 고전영화를 배경으로 고려인 동포들과 우즈베크 연극인들이 함께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소련 군대와 경찰들로 인해 무대에 등장한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몸을 싣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몇 날 며칠을 달려 도착한 우즈베키스탄은 아직도 새벽의 어두움으로 가득했다. 기차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를 찾아야 할지 몰라 황망함에 웅성이던 고려인 동포들의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온 우즈베크 인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굶주림에 시달린 모습을 보고 스스럼없이 ‘논’ (우즈베크식 빵)과 차를 내어왔다. 그중에는 젖먹이에게 젖을 물려 본지 여러 날이 지난 젊은 여인이 품고 있던 아이를 받아 들고 자신의 젖을 물리며 자장가를 부르는 우즈베크 배우의 모습에서는 곳곳에서 고려인 동포들과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며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우즈베크 전통악기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갈라 콘서트 무대의 막이 올랐다. 우즈베키스탄 율다셰프 상원의장은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으며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고려인 정주 80주년과 한-우즈벡 수교 2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첫 인사말을 전했다. 또한 고려인 동포들은 우즈베키스탄 130여 민족 중 가장 존경받는 민족으로 칭송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동포들의 근면과 성실을 기본으로 오늘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 노고를 크게 치하했다. 이어서 11월 22일 ~ 25일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을 만나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인 양국의 관계를 더욱이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전하며 축사를 마쳤다. 

 

    

<고려인 동포 합창단과 공훈가수 신 갈리나의 합동 무대>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 다음으로는 우즈베키스탄 고려 무용단의 전통 춤 공연, 공훈가수 신 갈리나와 고려 합창단의 합동 공연이 이어졌다. 고려인 동포 합창단 공연 순서에서는 홀로 아리랑이 4천여 석에 달하는 대공연장에 고요히 울려 퍼졌다. 들려오는 노래가사와 음악은 마치 동포들이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왔던 고단함과 슬픔을 토하는 듯해 온몸에 전율마저 느껴졌다. 또한 공훈가수 신갈리나는 합창단과 함께 러시아 고전 가요 ‘백야’, ‘백만 송이 장미’와 자작곡인 ‘I Love Korea’를 한국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선보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선보인 고려인 동포 어린이들과 우즈베크 어린이들의 합동 공연 무대는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 세대들의 화합과 공존을 대변하는 듯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러시아 국민 가수 아니타 쪼이와 K-POP공연 무대)>

 

특별 공연 초대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 러시아 국민 가수 아니타 쪼이의 등장에 객석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자신의 어머니, 이모, 시부모들이 태어나고 살았던 곳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는 자신의 뿌리라고 말하고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어던지며 ‘동방의 진주’를 비롯한 자신의 대표 곡들을 열창했다. 두 번째 특별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우즈베키스탄 국민가수 자키로브는 ‘칠갑산’을 유창한 한국어로 불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어서 선보인 고려인 3세와 4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K-POP 공연 팀은 드라마 OST 곡들과 인기 아이돌의 곡들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무대로는 서울 B-BOY 그룹 Gemblerz crew의 무대가 펼쳐졌다. 역동적인 동작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6명의 B-BOY 공연 팀에 객석은 환호와 카메라 세례로 화답했다.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고려인 정주 80주년과 한-UZ 수교 25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는 출연진 모두가 함께하는 무대로 꾸며져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80년 전 우즈베크 가족들이 고려인 동포들에게 서슴없이 내주었던 자신들의 보금자리는 형제애 이상의 우애를 가지게 해주었다. 이러한 형제애는 이곳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이어지고 있음은 물론, 우즈베키스탄을 한국사랑이 뜨거운 나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하고 있다.

형제 나라 우즈베키스탄. 이 모든 것들이 오늘을 살아가며 공존하고 있는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을 일컬어 제2의 고향이라 서슴없이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 사진 촬영 : 통신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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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이명숙[우즈베키스탄/타슈겐트]
  • 약력 : 현재) KBS 라디오 '한민족 하나로' 통신원, 고려신문 기자 우즈-한 친선 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