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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각종 사이트에서 거의 사라진 <택시운전사>

등록일 2017-10-11 조회 504

중국에서 다른 콘텐츠에 비해 불법 유통이 많이 되는 콘텐츠가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드의 여파 이후에 그 상황은 더욱 심해진 것 같다. 보통 IPTV에 영화가 올라오면 하루 이틀 내로 자막과 함께 중국 인터넷에 풀린다. 올해 1,200만 명의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7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택시운전사>도 9월 27일 IPTV에서 제공되기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중국의 불법 공유 사이트에 올라왔다. <택시운전사>는 중국에 풀리기 전부터 한국에서 이미 관람한 중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문화 커뮤니티 사이트인 도우반에서 9월 내내 9.1점(10점 만점) 이상의 높은 평점을 기록했었다. 도우반은 책, 영화, 음악뿐만 아니라 각 지역 내 연극이나 전시 등 문화 활동과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평을 올리는 사이트로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가 많이 올라온다. 평점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풀리자마자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를 받아 관람한 이들이 적지 않았으며, 웨이보와 웨이신 등 SNS에서 호평 일색이었다. 불법 다운로드 해 본 콘텐츠에 대한 호평을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이러한 호평은 한국 콘텐츠가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 볼 수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그런데 10월 3일 도우반에서 <택시운전사> 항목이 사라졌다. 검색해도 그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다. 대표적인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와 SNS인 웨이신에서 검색이 되지 않았다. 검색은 10월 5일부터 다시 되기 시작하였으나, 이미 많은 정보가 사라졌다. 그리고 <택시운전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던 영화 전문 사이트인 Mitme(http://www.mtime.com)과 1905디엔잉왕(1905电影网, http://www.1905.com)에서 관련 항목이 사라졌다. 바이두는 10월 9일까지 바이두 백과에 영화 정보를 제공했지만, 10일부터 검색이 안 되고 있다. 여기에 웨이신에서 <택시운전사>(‘出租车司机’) 토픽을 검색해 클릭해 들어가면 관련 화면을 찾을 수 없다. 이는 사드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듯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개최를 앞둔 정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도우반에서는 <택시운전사> 말고도 로예(娄烨) 감독의 <이화원>(颐和园, 2003) 등 여러 작품의 항목이 사라졌으며, 여러 책의 항목이 사라졌다.

(http://ent.163.com/17/1005/07/CVVFRSTR000387GI.html) 

 

이는 중국의 인터넷에 대한 관리가 점점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바이두에서 여전히 <택시운전사>에 대한 검색을 하면 관련 글들이 적게나마 나오고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는 도우반에서 여전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검열의 기준이 분명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휴가>는 중국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택시운전사>를 본 적지 않은 중국 네티즌이 <택시운전사>와 함께 언급했는데 말이다.

 

이미 관련 글들이 많이 차단되거나 사라진 상황에서 <택시운전사>에 대한 글을 찾아볼 수 없지만 많은 네티즌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소극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회적으로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거나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는 체념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네티즌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역사에 기억이 환기되었다”고 말한 정도가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며 <택시운전사> 관련 정보가 사라진 이유를 보여준 것이다. 사실 네티즌이 이러한 현실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택시운전사>의 역사적 배경이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보다 정보와 토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대한 불만이 더 크다.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광전총국에 대한 불만도 이와 맞닿아 있다.

 


<웨이보 올라온 사라진 택시운전사에 대한 반응 - 출처: www.weibo.com>

 

또 다른 불만은 불법 다운로드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택시운전사> 관련 정보가 사라짐과 동시에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소스에 대한 정보는 대거 정리되었다. 바이두와 같은 검색사이트에서 검색 또한 잘 안 되고 있다. 잘 찾아보면 슬금슬금 새로운 소스가 올라오지만 얼마 안 있어 차단되곤 한다. 불법 다운로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불법 콘텐츠를 접하는 데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불법 콘텐츠를 접한다는 이유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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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손성욱[중국(북경)/북경]
  • 약력 : 현재)북경 항삼 국제교육문화교류중심 외연부 팀장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