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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망가, 한국에는 웹툰

등록일 2017-08-10 조회 144

한국사회에서 웹툰은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인기 대중문화 장르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디테일은 컴퓨터, 타블렛 그리고 포토샵이라는 세 가지 만능 도구를 통해 정교하고 신속하게 창조되고 즉시 대중에게 전달된다. 청소년기를 로맨스, 무협, 판타지, 코믹 장르의 만화책들로 보냈던 필자의 세대들은 만화책이 서서히 사라지던 시기에 재빠르게 웹툰의 세계로 승차하였고, 이제는 심지어 부모님 세대도 웹툰을 즐긴다

 

1996년 한희작의 <무인도>로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웹툰은 이제는 소재와 그림의 결에 있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다. 과거에는 만화책을 보는 것이 뺀질거림또는 불량함의 이미지로 해석되었다면 오늘날 웹툰은 때로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거나 외로움을 경감시키는 존재, 개인 또는 공동체적 삶에 철학적 메세지를 던지는 존재, 또 가끔은 정치적 호소, 경고를 담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업무적으로 만난 한국의 지인이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보고 난 뒤 삶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기에 외국생활로 체감하지 못했던 한국에서의 웹툰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한국 웹툰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필자가 거주하는 터키에서는 이제 막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이다. 웹툰의 존재는 <치즈인더트랩> 등의 인기드라마가 사실 특정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터키인들에게 처음 인식되었다이전에는 만화=일본이라는 등식이 대중의 인식 속에 깊이 박혀있었고, 한국만화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거칠고 마초스러운 터키 남성에 대비되는 다정하고, 로맨틱한 한국 미소년을 추상적으로 동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순정만화 속 주인공들의 로맨틱한 컷들을 수집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일본과 한국만화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블로그 - 출처 : http://koreangelsmangaekibi.blogspot.com.tr>

 

그러다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웹툰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일본의 망가에 대적하는 새로운 문화컨텐츠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한국의 인기 아이돌에 버금가는 출중한 외모를 지닌 남녀 주인공들이 매주 스크린 위에서 꿈만 같은 연애를 펼치고, 게다가 이걸 즐기는데 단돈 1원도 들지 않는다니! 그야말로 신세계다. 현재 터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에는 앞서 말한 <치즈인더트랩> 외에도 <언터처블>, <노블레스>, <케세라세라>, <더게이머> 등이 있다. 이들의 장르를 보면 로맨스 외에도 이슬람 문화에서는 일종의 터부(taboo)로 여겨져 온 판타지 장르도 인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료로 한국 웹툰을 볼 수 있는 터키 웹사이트 '포즈모쉬' - 출처 : http://puzzmos.com/>

 


<터키의 한 웹툰 팔로워에 의해 번역되어 제공되고 있는 한국웹툰 '언터처블'의 한 장면 - 출처 : http://www.webtoons.com>

 

독특한 것은 한국의 웹툰이 터키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학습을 위한 훌륭한 교재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작품 속의 표현들에 비해서는 일상적이고 드라마 대사에 비해서는 간결한 웹툰 속 대사들은 이해하기 쉬울 뿐더러, 매 편에 담긴 컷과 대사들이 오늘날 한국의 연애, 직장, 학교 문화 등을 섬세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카라에서 수년째 한국어 과외를 해오고 있는 수지라는 예명의 한 터키인은 2016년 초부터 수업 교재로 웹툰을 활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2013년에는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도 <웹툰으로 한국어를 배워볼까요?>라는 이름의 강좌를 개설한 바가 있다. 또한 터키인들이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또는 TOPIK(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세종학당에서는 누리집에 한국생활, 한식, 전래동화, 한국의 축제 등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테마별 웹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종학당 누리집에 마련된 한국 웹툰 코너 - 출처 : www.sejonghakdang.org>

 

영화와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전개로 오랫동안 즐길 수 있고, 섬세한 그림 표현과 다양한 색채로 보는 즐거움을 지닌 웹툰은 터키인들의 일상에서 소비되는 한류 콘텐츠로 자리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드라마화된 소수의 유명 웹툰만이 팔로워들에 의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고, 이외에는 한국어 원판 또는 영어번역판을 이용해야하는 상황이다. (※ LINE WEBTOON(webtoons.com)에서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한국과 일본 웹툰의 번역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 케이툰과 같은 굵직한 웹툰 채널들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한류에는 드라마 시장보다 더 거대한 웹툰 시장이 형성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터키 한국문화원이 세종학당에서 이미 시도한 바와 같이 웹툰을 한국문화, 관광 홍보 또는 한국어 교육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또한 현지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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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