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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터키 보자기로 하나되다

등록일 2017-05-16 조회 290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한국과 터키가 보자기라는 문화요소로 만났다. 현대에도 집집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보자기는 잘 알다시피 물건을 싸거나 덮어두기 위하여 천이나 피륙을 가지고 네모나게 만들고 사람들이 물건을 가지고 다니거나 보관할 때, 물건을 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간수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작된 것으로 과거 선조들의 일상에서는 매우 흔하게 사용되었다.


터키의 보자기, 보흐차(Bohca)는 한국 보자기의 쓰임과 유사하게 물건을 보관하거나, 가재도구를 보이지 않게 숨기는 용도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따리 장수꾼들의 생계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한국의 보자기들은 대부분 단색의 형태로 간결함과 안정감을 준다면, 보흐차는 자연적 요소, 기하학적 형태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패턴들과 형형색색의 조화로 화려함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보흐차는 다양한 공예법과 재료가 함께 사용되는데, 여기에는 터키인들의 쾌활함, 기쁨, 인내, 희망 등의 감정들이 반영된다.

 


<다양한 형태의 터키 보자기(보흐차)들 - 출처 : kizcelerim.com>

 

한국의 보자기 또한 궁궐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사용되는 것들은 고급 천으로 만든 보자기 위에 수를 놓아 그 격을 높임으로써 집안의 지체를 나타내곤 하였다. 자투리 천을 이어붙여 만든 조각보는 곤궁했던 서민들의 처지를 상기시키면서도, 오늘날에는 그 장식성이 현대 디자인의 측면에서 인정을 받아 역으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앙카라 찬카야 구청이 운영하는 현대예술센터에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12일간 열린 이번 '보자기-보흐차 전시회'는 한-터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양국에서 각각 30명의 작가가 작품을 준비하였다. 전시회에는 양국의 공통문화인 보자기를 선보이면서도, 양국이 차이점 또한 느낄 수 있는 회화, 공예, 사진, 판화, 서예 작품 등도 60점이 소개되어 전시의 흥미를 높였다. 300여명이 자리한 전시회 개막식에는 이미 2013년에도 보자기-보흐차 전시가 앙카라에서 열린 적이 있어 한국의 보자기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개막식 퍼포먼스와 전시회 참여 작가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에 참여한 훌야(Hulya) 교수는 용도와 재료의 유사성을 지닌 한국의 보자기와 터키의 보흐차 작품들로 말미암아 본 전시가 터키와 한국 문화 사이에 이미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양국의 우애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또한 전시 장소 등 많은 부분에 있어 협조해준 앙카라 찬카야 구청장 알페르 씨는 과거 보자기의 주요 사용자였던 보따리 장수꾼들과 관련된 서민들의 일상을 묘사하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감정과 공동체성을 유지시켜온 보자기 문화를 한국과의 공동작업 환경에서 새로이 떠올리는 것은 멋진 일이라며 전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터키와 한국이 상대적으로 멀리 위치해있고, 종교적 배경도 매우 다르기는 하지만, 언어와 친족호칭만 보더라도 양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사성은 매우 짙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포장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자기의 쓰임이 사라지고 있지만 혼례와 같은 특별히 전통적인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을 때에는 여전히 보흐차와 보자기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양국의 문화가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다.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의 사상과 문물이 교차하였듯이, 현대 예술 또한 실크로드와 같은 역할로서 양국의 정신적인 가치들과 미적 가치들을 서로에게 소개하고, 영향을 받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보자기-보흐차 전시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도 양국이 더욱 다채로운 문화요소 위에서 조우하며 서로의 공통과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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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엄민아[터키/앙카라]
  • 약력 : 현) 터키 Hacet tepe 대학원 재학, 여행에세이 작가, 주앙카라 한국문화원 번역스탭